[구멍 뚫린 ‘보육료 결제시스템’] 2015년 통합된 아이행복카드
부모들 새 카드로 교체 불편 해소아이사랑·아이즐거운카드 합쳐
연간 5조원 가까운 보육료 결제 통로인 ‘아이행복카드’가 보안상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낸 가운데 보육 예산의 누수를 막고 사용자 편의를 높이려는 정부의 노력도 타격을 입게 됐다.
15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9년 9월 아이행복카드의 전신인 ‘아이사랑카드’를 도입했다. 정부 지원 보육료를 어린이집에 직접 주는 과거 방식 대신 전자카드 형태로 부모에게 지급하고 어린이집을 이용할 때 결제하도록 하는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육료를 어린이집에 직접 주다 보니 정작 수혜자인 부모는 혜택받는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면서 “보육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카드를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은 “일부 어린이집에서 원생 수를 부풀려 보육료를 허위 청구하는 사례가 적발된 것도 부모가 직접 보육료를 결제하도록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행 아이행복카드는 2015년 아이사랑카드(만 0~2세 보육료 지원)와 아이즐거운카드(만 3세 이상 보육료·학비 지원)가 통합돼 만들어졌다. 만 2세 이하 보육료는 복지부가, 3세 이상의 보육료는 교육부가 지원한다는 이유로 카드를 나눠 운영해 왔는데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성장하면 새 카드로 교체하는 등 번거로웠다.
아이행복카드는 2015년에 219만 8029개, 2016년에 172만 8940개가 신규 발급됐다. 이 카드로 결제된 보육료는 2015년 4조 8224억원, 2016년 4조 9046억원이다. 사회보장정보원은 2015년 자체 연구보고서에서 카드 중복 발급 비용 감소 등으로 약 1383억원의 편익이 생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부모에게 보육료 생색을 내면서 정작 중요한 시스템은 허술하게 만들어 세금이 줄줄 새는 등의 부작용은 차단하지 못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7-01-16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