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만 직접수사, 힘빠진 검찰… 대공수사·정보 다 가진 ‘파워경찰’

일부만 직접수사, 힘빠진 검찰… 대공수사·정보 다 가진 ‘파워경찰’

이성원, 박성국, 진선민 기자
입력 2020-07-30 22:22
업데이트 2020-07-31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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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계서 협력관계로 바뀌는 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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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검찰청 전경. 이날 당정청은 권력기관 개혁안의 하나로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대폭 축소한 검찰청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검찰청 전경. 이날 당정청은 권력기관 개혁안의 하나로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대폭 축소한 검찰청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檢 수사는 부패·경제·대형 참사 등 한정
공직자 범죄는 4급 이상만 수사로 제한
警, 국정원 수사권 받고 정보분야도 유지
검경 이견은 정기적 수사협의회서 ‘조율’

“수사기관 통제에 매몰돼 국민 인권 뒷전”

“막강 경찰 통제할 장치 없어” 우려 속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 분야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개로 한정된다.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대전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셈이다. 이에 반해 경찰의 권한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검찰의 일방적 지휘를 받는 대신 협력 관계가 됐고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가져오면서도 정보경찰은 기존대로 유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찰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들이 현재로서 불투명한 만큼 이에 대한 보완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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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30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했다. ‘권력기관 권한의 균형 있는 분산과 민주적 통제’를 핵심으로 했다는 게 당정청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검찰청법 시행령에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6개 분야로 한정했다. 시행령 초안에는 법무부 장관의 승인이 있으면 어느 분야든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지만 검찰 수사의 중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최종적으로 빠졌다.

다만 6개 분야 외에도 검찰은 마약 수사와 주요 정보통신기관의 사이버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각각 경제, 대형참사 범죄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반면 공직자 범죄의 경우 4급 이상의 공무원만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뇌물 사건은 수수금액이 3000만원 이상이어야 하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적용되는 경제 범죄와 사기·배임·횡령 사건은 피해 규모가 5억원 이상이어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검찰과 경찰의 협력적 관계도 분명해졌다. 수사 과정에서 생기는 이견을 조율하고자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정기적 수사협의회를 설치해야 한다. 수사권 조정 전엔 경찰은 검찰에 지휘를 받아야 했지만, 협의 파트너로서 위상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 증거능력은 2022년 1월부터 제한된다. 여권 관계자는 “수사와 재판의 혼선 방지를 위해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두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혁안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개혁 논의의 출발점과 최종적 목표는 ‘국민 인권 보호’였는데 협의 과정에서 ‘수사 기관 통제’ 논리에 파묻혀 개혁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지금 논의를 보면 수사 기관의 업무 대상만 분리했을 뿐 각 기관의 수사 착수와 진행, 종결 단계에서 기관들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단이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방안”이라면서 “특히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을 6대 중요 범죄로 줄였다지만 사실상 현재 검찰 특수부(반부패부)와 공안부에서 하는 기능을 그대로 살려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 통제장치가 빈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고 국내 정보기능도 독점하는 한편 수사권도 강화했다. 그러나 당장 언급되는 경찰 개혁방안은 자치경찰제 외에 눈에 띄는 게 없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찰개혁은 눈에 보이지만, 경찰개혁은 여전히 가려져 있다”며 “향후 막강한 ‘정보경찰’을 어떻게 통제하고 중립을 유지하도록 강제할지가 중요한 과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2020-07-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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