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시계 들고 검문 통과”… 이춘재 ‘보여주기 수사’ 조롱

“피해자 시계 들고 검문 통과”… 이춘재 ‘보여주기 수사’ 조롱

김병철 기자
입력 2020-11-03 21:08
업데이트 2020-11-04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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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제대로 했으면 날 의심했을 것”
강간 범행조사 받았지만 풀려나기도

역대 최악의 장기 미제 사건으로 기록돼 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자백한 당사자인 이춘재(57)가 당시 경찰의 ‘부실수사’를 들추는 증언을 내놔 파장이 예상된다.

이춘재는 지난 2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8차 사건’ 재심 공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1980∼1990년대 화성과 청주에서 벌어진 14건의 살인을 모두 자신이 저질렀음을 인정하면서 “나도 내가 왜 안 잡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범행을 저지른 뒤 특별한 증거 은폐 행위 등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를 조금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자신의 범행이 들통났을 것이라는 얘기다.

당시 경찰은 노태우 대통령의 신속한 수사 지시와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 사건에 연인원 200만명 이상의 경찰 인력을 동원해 철저히 수사했다고 발표했지만, 이춘재 증언에 따르면 모든 게 보여 주기식 수사였다는 것이다.

이춘재는 “한 번은 한 피해자의 시계를 갖고 다니다가 검문에 걸렸고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지 않아서 파출소에 갔는데도 신분 확인만 하고 끝났다”면서 “시계에 관해 묻기도 했는데 주웠다고 하니까 더는 묻지 않더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형사들을 여러 번 마주치고 했지만, 항상 친구들이나 주변 이상자에 대해 탐문수사를 했지 나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뭘 물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이춘재는 1986년 1월 군대에서 전역한 뒤 같은 해 9월 첫 살인을 저지르기 전까지 강간 범행을 저질러 경찰의 수사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춘재가 강간 범행으로 처벌받았더라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경찰서에서 한 차례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강간 사건으로 화성경찰서에서 조사받았고 피해자와의 대질 조사도 예정돼 있었는데 이뤄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 사건으로 처벌받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재수사 과정에서 “과거 경찰이 이춘재를 용의자 신분으로 수사한 적은 없지만,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해 세 차례 조사하면서 혈액형과 족적이 다르다는 이유 등으로 풀어 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2020-11-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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