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사건’ 수심위 회부 파장
강제성 없지만 11차례 의견 수용
일각선 “공정성 명분 쌓기” 시선
대통령실 “지켜보겠다” 말 아껴
지난 6월 10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위해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 김건희 여사의 모습. 뉴스1.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 회부해 공정성을 높이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수심위 결론에 따라 또 한 차례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심위가 수사팀과 같은 ‘불기소’로 결론을 내린다면 검찰은 정치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지만 반대라면 김 여사를 기소하라는 야당과 여론의 거센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검찰은 그간 수심위의 ‘기소’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어 김 여사 처분에 대해 다시 한번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심위는 2018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총 15차례 소집됐다. 이 중 검찰이 수심위의 권고를 받아들인 경우는 총 11차례다. 검찰이 수심위의 ‘불기소 혹은 수사 중단’ 등의 권고를 거부하고 기소를 단행한 적은 있으나 반대로 4차례였던 수심위의 ‘기소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예컨대 2018년 서지현 전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인사 보복을 했다는 혐의를 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 2020년 채용비리 혐의를 받은 강남훈 전 홈앤쇼핑 대표, 같은 해 고 김홍영 검사 폭행 혐의를 받은 김대현 전 부장검사 등에 대해 수심위는 기소 권고를 냈고 검찰도 모두 받아들여 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지난 1월 ‘이태원 참사’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서도 수심위 권고를 따라 기소했다.
이 때문에 만약 수심위가 김 여사에 대해 기소를 권고했음에도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다면 새로운 선례가 되고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기소 예정인 건에 불기소 권고가 나오는 것과 달리 불기소 예정인 건에 수심위 기소 권고가 나오는 건 검찰이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이 수심위 권고를 따라 기소했음에도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다. 안 전 검사장과 강 전 대표는 각각 2020년 1월, 2021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따라서 검찰이 이를 명분 삼아 수심위 기소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수심위가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한다면 검찰은 수사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대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대검은 150~300명의 외부 전문가 중 무작위 추첨으로 15명을 선정해 수심위를 구성 중이다. 구성이 완료되면 조만간 수사팀의 수사 결과 및 의견서, 사건관계인 의견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수심위는 보통 회부부터 사건 처분까지 2주가량 소요된다. 다음달 15일 만료되는 이 총장 임기가 20여일밖에 남지 않아 촉박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 총장은 후임 심우정 후보자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임기 내에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총장이 수사팀에 좀더 일찍 결론을 내도록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음에도 ‘명분 쌓기용’으로 수심위에 회부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 명품백 사건을 수심위에 회부한 것에 대해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내부에선 이 총장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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