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힉스입자, 우주탄생 원리규명의 열쇠

‘노벨상’ 힉스입자, 우주탄생 원리규명의 열쇠

입력 2013-10-09 00:00
수정 2013-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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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피터 힉스(84)와 벨기에의 이론물리학자인 프랑수아 앙글레르(81)는 힉스 입자의 존재를 예언한 인물이다.

힉스 입자는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다.

이 입자의 존재는 우주 탄생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가설인 표준모형(Standard Model)에서 출발한다. 물리학에서 표준모형은 생물학에서의 진화론과 같은 위상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 표준 모형에 따르면 우주 만물은 12개의 소립자(6개씩의 쿼크·렙톤으로 구분)와 4개의 매개입자(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만유인력)으로 구성된다. 이런 소립자와 힘의 결합이 세상의 모든 물질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가령 원자핵이나 원자핵 속의 양성자 등도 이런 기본 입자가 만들었다는 뜻이다.

물리학자인 힉스는 1964년 이런 만물을 형성하는 입자에 질량을 주는 매개체가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비슷한 시기에 힉스 외에 다른 5명의 물리학자가 이 입자에 관한 가설을 제기했으며 앙글레르도 동료 연구자인 로버트 브라우트와 함께 힉스의 존재를 제시했다.

이들의 예견은 표준모형상의 입자가 질량을 갖고 또 입자 간 서로 질량이 다른 이유를 설명하려면 그런 역할을 하는 다른 입자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힉스 입자라고 명명된 이유는 세계적인 입자물리학자인 고 이휘소 박사(미국명 벤자민 리) 때문이다. 그는 1965년 처음 ‘힉스 입자’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1972년에는 ‘힉스 입자에 미치는 강력(강한 핵력)의 영향’이란 논문을 국제학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이 힉스 입자까지 포함하면 표준모형상의 입자는 모두 17개가 된다. 이 가운데 힉스 입자만 그동안 가상의 존재로 남아 있었다.

표준모형상 16개의 입자는 137억년 전 우주 대폭발(빅뱅) 때 생겨났으며 힉스 입자는 당시 잠깐 존재해 이들 입자에 질량을 부여한 것으로 추정돼 실재를 확인할 수 없었다. 힉스 입자가 그동안 ‘신의 입자’로 불린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지난해 7월 대형강입자가속기(LHC)에서 검출된 소립자가 힉스 입자의 특성과 일치한다는 추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계속되는 추가 연구를 통해 이 입자가 힉스 입자라는 게 확실해지고 있다.

또 지난 4일에는 일본의 도쿄대와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이 실험을 통해 힉스의 질량이 양자의 약 134배인 125.5기가전자볼트라고 판정하는 한편 힉스의 ‘스핀’(소립자의 자전) 값이 이론대로 제로인 것으로 확인함으로써 “힉스 발견이 학술적으로 확정됐다”고 결론냈다.

힉스 입자의 존재가 최종 확인됐다는 것은 질량이 있는 모든 입자의 생성 원리를 규명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나아가 우주 탄생의 원리를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인 표준모형도 완성되게 된다.

앙글레르와 연구를 함께 한 브라우트 박사는 CERN의 실험결과를 보지 못하고 지난해 사망했다. 힉스와 앙글레르 외에 다른 연구자들이 제외된 것은 이 둘의 논문이 가장 먼저 나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고등과학원 고병원 물리학부 교수는 “두 석학의 연구로 빅뱅 이후 우주가 식으면서 전자가 질량을 갖게 되는 과정을 알아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그러나 힉스 입자만으로 우주의 신비가 모두 풀리는 것은 아니다. 현대물리학에서는 우주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지만 측정할 수 없는 물질을 ‘암흑 물질’, 그런 에너지를 ‘암흑 에너지’라 부르는데 전체 우주의 95% 차지하는 이 물질들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따라서 과학계서는 물질의 구성은 물론 암흑 물질이나 중력 등 모든 우주를 포괄해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표준모형은 이런 모든 것의 이론을 만들기 위한 이전 단계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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