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연구팀 서식 박쥐 18종 조사
23종은 감염능력 미확인 ‘정체불명’
대부분 큰 질병 유발하는 고위험군
인간 감염사례 확인 안 돼 더 긴장
시베리아와 스위스 등 유럽 중북부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북방애기박쥐의 모습. 스위스 과학자들이 스위스 전역에 서식하는 박쥐 약 7000마리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수십종을 발견했다.
스위스 국립박쥐재단 제공
스위스 국립박쥐재단 제공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으로 알려진 관박쥐.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제공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제공
박쥐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2000년대 초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유발시킨 원인 동물로도 지목받고 있다. 박쥐는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수천 종의 바이러스를 몸속에 갖고 있는 이른바 ‘바이러스 저장고’이다. 이 바이러스들은 박쥐 몸속에 있을 때는 위험도가 낮을 수 있지만 중간숙주를 거치는 과정에서 변이되거나 독성이 강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중간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달될 때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치명적인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쥐는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돼 있지만 이들이 갖고 있거나 옮기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일부 국가 박쥐들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이에 연구팀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스위스의 16곳에서 볼 수 있는 토종 박쥐 14종과 철새처럼 움직이는 외래 박쥐 4종, 7183마리가 갖고 있는 바이러스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박쥐의 신체 장기와 배변 샘플에서 채취한 바이러스의 DNA와 RNA 염기서열을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 이들 박쥐에는 사람을 포함한 척추동물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이미 알려진 바이러스 16종과 함께 아직 감염능력이나 감염사례가 확인되지 않은 23종 등 총 39종의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저수지’로 알려진 박쥐의 몸속 바이러스를 분석하기 위해 분변과 신체장기 여러 부분에서 표본을 추출해 조사한다.
미국 노던애리조나대 제공
미국 노던애리조나대 제공
연구를 이끈 취리히대 바이러스연구소 코넬 프래펠 교수(실험바이러스학)는 “이번 박쥐의 바이러스 분석 연구는 박쥐에게서 다른 동물로 전염될 수 있는 고위험성 바이러스 보유 여부와 전파 과정, 변이 발생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1-06-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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