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꿈을 이루다] 1988서울올림픽 정주영·2018평창올림픽 이건희… 30년 뛰어넘은 ‘닮은꼴 열정’

[평창 꿈을 이루다] 1988서울올림픽 정주영·2018평창올림픽 이건희… 30년 뛰어넘은 ‘닮은꼴 열정’

입력 2011-07-08 00:00
업데이트 2011-07-0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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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더반에선…李, IOC위원 이름 새긴 냅킨 준비

6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자크 로게 위원장이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적혀 있는 카드를 꺼내 들자 이건희 위원이 떨리는 눈으로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르고 위원장의 입에서 “더 시티 오브… 평창.”이라는 말이 떨어지자 한국 유치단은 모두 환호하며 얼싸안고 만세를 불렀다. 하지만 이 위원은 손을 쳐들지도 만세를 외치지도 않았다. 얼어붙은 듯 선 채 박수를 칠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달랐다. 눈가엔 눈물이 번졌다.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의 총수에게선 전혀 상상할 수도 없었고, 볼 수도 없었던 감격에 겨운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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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123차 총회에서 이건희(왼쪽) 삼성전자 회장이 평창 올림픽 유치를 확정지은 뒤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울먹이고 있다. 1981년 9월 30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84차 총회 당시 정주영(오른쪽) 현대그룹 회장이 1988년 올림픽 서울 개최가 결정되자 축배를 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123차 총회에서 이건희(왼쪽) 삼성전자 회장이 평창 올림픽 유치를 확정지은 뒤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울먹이고 있다. 1981년 9월 30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84차 총회 당시 정주영(오른쪽) 현대그룹 회장이 1988년 올림픽 서울 개최가 결정되자 축배를 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평창 동계올림픽’은 일생일대의 난제였다. 2003년과 2007년 두 번 연속 동계올림픽 유치단을 맡아 2010년과 2014년 평창 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했지만, 매번 첫 번째 투표에 이기고도 2차 투표에서 역전당하며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2007년 불거진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삼성을 떠났다가 2009년 말 “평창올림픽 유치에 힘써 달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요청으로 사면·복권됐을 때만 해도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크게는 국민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작게는 삼성과 자신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평창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참석을 시작으로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평창 유치 도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번 더반 IOC 총회 참석까지 약 1년 반 동안 11차례에 걸쳐 170일 동안 해외 출장에 나섰다. 이동거리만 해도 21만㎞. 지구를 5바퀴 넘게 돈 셈이다.

이 기간에 이 회장은 110명의 IOC 위원을 빠짐없이 만나 평창 지지를 호소했다. IOC 공식 행사가 있는 날에는 잠시의 휴식도 없이 온종일 IOC 위원과의 면담으로 보냈다. IOC 위원들이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때는 모든 일정을 접고 해당 위원을 만났다. 어떤 IOC 위원은 세 번을 만나 평창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IOC 위원과의 식사 자리에는 항상 해당 위원의 이름이 새겨진 냅킨을 준비해 감동을 주었다. 저녁을 약속했던 한 IOC 위원이 일정이 늦어져 약속을 취소해야겠다고 하자 “늦어도 괜찮다.”며 1시간 30분 넘게 기다려 평창 지지를 약속받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고령에도 이런 노력을 해 온 것은 2009년 사면 복권의 참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국에 올 수 있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비로소 국가와 국민이 맡겨준 책임과 짐을 덜 수 있게 돼 안도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번 올림픽 유치는 이 회장의 승리가 아닌 우리 모두의 승리다.”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11-07-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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