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희생자 7人, 오사카 정상 가는 길 함께했다

인종차별 희생자 7人, 오사카 정상 가는 길 함께했다

최병규 기자
입력 2020-09-13 22:06
업데이트 2020-09-14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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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우승’ 오사카의 마스크 사연

아자란카 꺾고 3번째 그랜드슬램 우승
남녀 통틀어 아시아 국적 최다승 달성


1회전 마스크 ‘브리오나 테일러’부터
결승까지 조지 플로이드 등 7명 알려
“사람들이 검색이라도 해보도록” 의지
일본의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가 1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끝난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슈퍼 맘’ 빅토리야 아자란카에게 세트스코어 2-1로 승리하며 통산 메이저 대회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오사카는 대회 7경기 동안 미국에서 인종 차별 문제로 억울하게 숨진 흑인 피해자의 이름이 적힌 마스크를 착용했다. 사진 왼쪽부터 브리오나 테일러, 엘리야 매클레인, 아흐무드 아버리, 트레번 마틴, 조지 플로이드, 필란도 카스티예, 타미르 라이스. 뉴욕 AP AFP 연합뉴스
일본의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가 1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끝난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슈퍼 맘’ 빅토리야 아자란카에게 세트스코어 2-1로 승리하며 통산 메이저 대회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오사카는 대회 7경기 동안 미국에서 인종 차별 문제로 억울하게 숨진 흑인 피해자의 이름이 적힌 마스크를 착용했다. 사진 왼쪽부터 브리오나 테일러, 엘리야 매클레인, 아흐무드 아버리, 트레번 마틴, 조지 플로이드, 필란도 카스티예, 타미르 라이스.
뉴욕 AP AFP 연합뉴스
“인종차별에 대해 얘기하게 하고 싶었다.”

혼혈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23·일본)가 1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국립테니스센터에서 끝난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베테랑’ 빅토리야 아자란카(벨라루스)를 2-1(1-6 6-3 6-3)로 꺾고 우승했다. 2018년 이 대회를 통해 생애 첫 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른 뒤 지난해 호주오픈에 이어 통산 세 번째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이다.

그의 우승은 또 남녀를 통틀어 아시아 국적 선수로는 역대 첫 메이저 단식 최다(3회)우승이다. 오사카 이전에는 2011년 프랑스오픈과 2014년 호주오픈 등에서 두 차례 우승한 리나(중국·은퇴)뿐이다. 상금은 300만 달러(약 35억 6000만원).

카리브해의 아이티 출신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혼혈 선수인 그는 특히 이번 대회 1회전부터 결승전까지 7차례의 경기를 치르는 동안 각기 다른 이름을 적어넣은 검정색 마스크를 하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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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나오미. AP 연합뉴스
오사카 나오미.
AP 연합뉴스
같은 국적의 도이 미사키와 치른 여자단식 1회전에 ‘브리오나 테일러’라는 이름이 적힌 마스크를 쓰고 나온 그는 이후 2회전에 엘리야 매클레인, 3회전 아흐무드 아버리, 16강전 트레번 마틴, 8강전 조지 플로이드, 4강전 필란도 카스티예에 이어 이날 결승에는 타미르 라이스라는 이름이 쓰인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들 모두 미국 내 인종 차별의 흑인 희생자다.

오사카는 1회전 경기를 마친 뒤 “경기가 전 세계에 중계될 텐데 희생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를 보고 인터넷 검색이라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결승전까지 7장의 마스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목표대로 7명 희생자의 이름을 전 세계 스포츠 팬에게 알린 오사카는 시상식에서도 “마스크를 한 건 인종 차별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사카는 자신 스스로를 ‘흑인 여성’이라고 거리낌 없이 칭하고 있다. 그의 코치 빔 피세티는 “마스크 착용이 확실히 오사카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사카는 ‘오픈시대(1968년)’ 이후 2002년 제니퍼 캐프리어티(미국·은퇴) 등에 이어 메이저 여자단식 결승 3전 전승을 기록한 역대 5번째 선수가 됐다. 또 현역 중 최다 우승 순위에서도 세리나(23회)·비너스 윌리엄스(7회·이상 미국), 킴 클레이스터르스(4회·벨기에), 안젤리크 케르버(3회·독일) 등에 이어 역시 5번째다.

US오픈 이전 9위에서 다음 주 발표될 세계랭킹을 3위로 예약한 그는 또 이번 우승으로 세리나를 포함한 여자 코트의 ‘춘추전국시대’를 끝낼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2017년 프랑스오픈부터 이번 US오픈까지 13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2회 이상 우승한 선수는 오사카와 시모나 할레프(2회·루마니아)뿐이다.

한편 14일 열리는 남자단식 결승은 도미니크 팀(3위·오스트리아)과 알렉산더 츠베레프(7위·독일)의 대결로 펼쳐진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20-09-1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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