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세월호 참사 후 미뤄온 경영활동 기지개

산업계, 세월호 참사 후 미뤄온 경영활동 기지개

입력 2014-05-25 00:00
수정 2014-05-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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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정의선·신동빈 등 CEO들 ‘현장경영 행보’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 전시성 행사나 대외활동 등을 자제해 온 산업계가 서서히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그동안 미뤄온 마케팅에 시동을 거는 한편 지난달부터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했던 사내외 행사를 다시 열고 있다.

세계적인 축제이자 마케팅 기회인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온데다, 영업활동 등을 더 미루다가는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현장점검 뛰어든 CEO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전략 스마트폰 공개를 앞두고 21일 서울 금천구 LG전자 가산 R&D캠퍼스를 방문해 주력 제품 경쟁력을 점검했다. LG전자는 27∼28일 런던, 뉴욕, 서울, 이스탄불 등 6개 도시에서 ‘G3’ 공개 행사를 개최한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이달 중순 인도 첸나이 공장과 터키 이즈미트 공장을 방문해 현지 생산과 판매 상황을 살폈다. 또 오만 현지의 쇼룸 개장식에도 참석하는 등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펼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달 말 롯데백화점 중국 선양점 개점식에 들르는 한편, 다음 달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소비재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시장 동향을 파악할 계획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19일 철강 중심의 사업 재편을 골자로 한 중기 경영 전략을 발표하고, 22일 광양제철소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 강연자로 직접 나서는 등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은 12일 대구에서 열린 현대커민스공장 준공식에 참석했으며, 김정래 총괄사장은 19일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물류박람회 ‘세마트 2014’에 참가해 지게차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정청길 SK C&C 사장은 20∼2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지사를 방문, 중동·북아프리카지역의 시장동향과 국가별 영업방안 등을 살폈다.

◇ 추모 분위기 속 기업활동 본격화

삼성전자는 다음 달 12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TV 등 가전제품 구매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성적과 연계해 경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병행하고 있다.

LG전자는 17일 울트라HD(초고해상도) TV로 즐기는 온라인 축구 게임 ‘위닝일레븐 2014’ 리그를 개최했다. 18일에는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로봇청소기 ‘로보킹’ 축구대회를 열었으며 다음 달 8일 어린이대공원에서도 같은 행사를 한다.

국내 유일의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기아차는 월드컵 32개 본선 진출 국가의 공식 응원 구호를 발표한 데 이어 월드컵을 주제로 한 광고를 시작하고 다양한 고객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월드컵 마케팅뿐만 아니라 대외활동도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19일 홍콩에서 외국 투자자들과 소통하고 IT 시장 동향을 공유하는 ‘삼성 투자자 포럼’을 열었다.

현대차는 내달 출시할 그랜저 디젤과 신형 카니발의 고객 체험 행사를 열 계획이며, 기아차는 22일 신형 카니발 미디어 공개 행사를 했다.

현대·기아차 모두 이달 말 열리는 부산 모터쇼에 참가해 다양한 신차와 콘셉트카를 선보인다.

SK그룹의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도 프런트와 응원단이 입장객을 맞는 개문인사를 그간 잠정 중단했다가 23일부터 재개했다.

◇ 사내 행사도 다시 궤도 위로

삼성그룹은 29∼30일 무주리조트에서 신입사원 하계 수련대회를 연다.

체육대회, 마라톤, 응원전, 불꽃놀이, 초청가수 공연 등 2박3일에 걸쳐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기간을 1박2일로 줄이고 조용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2일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국내외 임직원 3천여 명이 참가한 소프트웨어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타이젠, 사물인터넷(IoT) 등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뤄졌다.

포스코는 지난달 취소한 월례 음악회를 이달에는 예정대로 열었다. 5월 공연도 취소를 검토했지만,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세계적 오페라 가수로 거듭난 폴 포츠의 무대를 마련했다.

SK케미칼은 매월 사내 공연장에서 열었던 클래식 공연을 이번 달에 취소했지만, 다음 달부터는 규모를 축소하거나 의미를 가다듬어 재개하기로 했다. 공장 노조 간부수련회도 예전보다 규모를 축소하는 형태로 열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사옥 1층 로비에서 열어온 무료 음악회 4∼5월 공연을 취소했으나, 다음 달부터는 음악회를 재개할 예정이다.

◇ 안전경영 기치…비상대응 매뉴얼 점검

한화그룹 각 계열사 CEO들은 안전경영 활동에 나서느라 분주하다.

방한홍 한화케미칼 사장은 21일 여수공장을 방문했다. 방 사장은 휴일이나 작업물량이 적을 때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비상사태 대응 강화, 철저한 사전 위험성 평가 등 안전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지시했다.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안전사고 예방 활동을 주기적으로 수행하는 환경연구소를 두고 안전환경전략 수립, 안전점검, 계열사 평가 등을 수행하도록 했다. 이달 초에는 계열사별로 비상대응 매뉴얼을 다시 한번 점검하기도 했다.

오는 28일에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협력사와 입주사들을 대상으로 ‘63빌딩 종합훈련’을 한다. 이번 훈련은 화재·재난 대피훈련을 위주로 진행한다.

GS그룹도 안전경영을 기치로 내걸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21일 ‘GS밸류 크리에이션 포럼’에서 “사소한 위험 요소라도 최악의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예측해 주도면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안전경영을 강조했다.

GS칼텍스는 23일 단행한 대규모 조직개편에서 안전 및 환경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자 안전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부사장급의 CSO(chief safety officer) 자리를 신설했다.

◇ 유통업계 “소비심리 살려내자”

유통업계는 위축된 소비 심리가 빨리 살아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다양한 경품행사와 응원패션으로 구성한 월드컵 마케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선 다음 달 15일까지 응모고객을 대상으로 100만원을 증정하는 경품행사를 진행한다. 우리나라가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면 100명, 8강에 진출하면 200명에게 100만원 상당의 롯데 상품권을 증정한다.

다음 달 8일까지는 전 점포 스포츠 매장에서 응원 패션 인기 아이템을 판매한다. 나이키 매장에서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살 수 있으며, 특히 ‘카파 호랑이 응원 티셔츠’는 롯데백화점만 독점 공급한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이마트 등에서 고객 눈길을 끌기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멤버십 포인트 최저한도를 1천 포인트(1포인트=1원)에서 10포인트로 낮췄다. 고객들이 ‘자투리 포인트’도 물건을 사는데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포인트 사용처도 스타벅스와 조선호텔, 신세계면세점, 보노보노, 자니로켓, 분스, 위드미 편의점 등으로 확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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