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57)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가게 매출이 3분의 1로 급감했다.
수입 감소에 임대료와 인건비 등 가게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던 이씨는 함께 하던 종업원들을 내보내고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손님들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결국 가게 운영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지난달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5천만원을 대출해야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7)씨는 최근 가맹계약을 갱신하면서 가맹본부로부터 보증금과 수수료를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매출은 그대로인데 보증금 부담만 늘어나자 목돈 마련할 길이 없던 김씨는 소상공인 보증지원을 받아 은행에서 3천만원의 빚을 낼 수밖에 없었다.
◇자영업 경쟁격화로 소득감소…그나마 벌면 가맹본부 호주머니로
이씨 등과 같은 사례는 경기침체로 가게 수입이 줄어든 반면 비용은 갈수록 늘어 빚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자영업자의 처지를 보여주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2010년 이후 지난 지난달까지 4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무려 40조원이나 급증한 상태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올해 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총 9천억원의 신규 보증지원을 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경기 악화로 돈을 빌리려는 소상공인이 늘면서 지원 규모가 지난달말 이미 1조900억원을 넘어섰다.
자영업 문제는 어제오늘 만의 일이 아니다. 경기악화와 경쟁 심화로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졌는데도 마땅히 탈출할 대안도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자 수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폭증했다. 직장을 떠나고 새 일자리를 구한 베이비부머들은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너도나도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국세청에 등록된 개인사업자 수는 작년 말 기준 537만명으로 2009년 대비 10.4%나 늘었다.
하지만 경기악화와 경쟁격화로 소득을 갈수록 줄어드는데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가중되는 상황이다. 자영업자 월 매출액은 2010년 평균 990만원이었던 것이 2013년에는 평균 877만원으로 줄었다.
마땅한 기술을 가지지 못한 은퇴자들은 대부분 가맹점 형태로 창업을 하지만 가맹본부의 횡포에 시달린다. ‘현대판 지주소작제’, ‘노예계약’이라는 말도 나온다. ‘갑을관계’ 때문에 가맹점 가입자들이 매상을 올려봤자 결국 본부에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경기 악화로 매출이 줄게 되면 임대료와 물품대금,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는 빚을 질 수밖에 없다.
이런 요인들이 겹치다 보니 생계형 창업의 생존율은 현저히 낮다. 중소기업청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창업 5년 후 생존율은 도소매업이 26.7%, 숙박·음식점업은 17.7%에 불과하다.
◇생계자금 대출 증가…연체율 급증으로 이어져
자영업자들의 대출 중 상당수는 사업자금 확보가 아닌 생계자금 목적의 대출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눈 앞에 닥친 생계비를 빚으로 해결해야 할 만큼 자영업자들이 극한 상황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서울 강서 지역에 거주하는 A씨는 액세서리류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A씨는 최근 최근 쇼핑몰 마케팅 비용과 신규 물품대금 확보 목적으로 2천만원을 대출받기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센터를 찾았다.
공단에서 정책자금 지원대상 확인서를 받고 지역 신용보증재단에서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으면 은행에서 소상공인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A씨 쇼핑몰의 월 매출액은 100만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사업성이 없는 셈이다.
공단 관계자는 “정책자금 보증 지원을 받으려는 자영업자 가운데 절반은 사업자금이 아닌 생계자금 용도로 돈을 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A씨도 사업 여건을 봤을 때 생계자금을 구할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영업의 생존율이 낮은 데다 상당수 대출금이 생계자금으로 쓰이다 보니 자연히 대출의 부실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 하나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44%에서 0.82%로 두 배로 급증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비슷한 상황이다.
◇은행권은 대출경쟁…증가세 가속화 우려
자영업자의 부채 급증 배경에는 은행권의 대출경쟁이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영업자 대출시장은 이미 은행권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지 오래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뜸해진 사이 은행들은 자영업자 대출시장을 주목하며 치열한 영업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대출은 STX, 동양 등 대기업 부실이 이어지면서 위험이 높아진 데다 주택담보대출은 정부규제와 경쟁격화로 예대마진이 줄어든 탓이 크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2조4천810억원 증가했고, 우리(2조361억원), 하나(1조9천756억원) 등 다른 은행도 대출금을 크게 늘렸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자영업자대출 규모는 이미 중소기업대출을 뛰어넘었다.
2010년말 대비 올해 10월 말 자영업자 대출의 증가율은 30%에 달해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율(23%)을 훌쩍 넘어선다.
은퇴한 베이비부머가 자영업으로 밀려들면서 이런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는 앞으로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해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대출규모가 최근 급증세를 보인 것”이라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아직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위험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수입 감소에 임대료와 인건비 등 가게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던 이씨는 함께 하던 종업원들을 내보내고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손님들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결국 가게 운영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지난달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5천만원을 대출해야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7)씨는 최근 가맹계약을 갱신하면서 가맹본부로부터 보증금과 수수료를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매출은 그대로인데 보증금 부담만 늘어나자 목돈 마련할 길이 없던 김씨는 소상공인 보증지원을 받아 은행에서 3천만원의 빚을 낼 수밖에 없었다.
◇자영업 경쟁격화로 소득감소…그나마 벌면 가맹본부 호주머니로
이씨 등과 같은 사례는 경기침체로 가게 수입이 줄어든 반면 비용은 갈수록 늘어 빚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자영업자의 처지를 보여주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2010년 이후 지난 지난달까지 4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무려 40조원이나 급증한 상태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올해 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총 9천억원의 신규 보증지원을 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경기 악화로 돈을 빌리려는 소상공인이 늘면서 지원 규모가 지난달말 이미 1조900억원을 넘어섰다.
자영업 문제는 어제오늘 만의 일이 아니다. 경기악화와 경쟁 심화로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졌는데도 마땅히 탈출할 대안도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자 수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폭증했다. 직장을 떠나고 새 일자리를 구한 베이비부머들은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너도나도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국세청에 등록된 개인사업자 수는 작년 말 기준 537만명으로 2009년 대비 10.4%나 늘었다.
하지만 경기악화와 경쟁격화로 소득을 갈수록 줄어드는데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가중되는 상황이다. 자영업자 월 매출액은 2010년 평균 990만원이었던 것이 2013년에는 평균 877만원으로 줄었다.
마땅한 기술을 가지지 못한 은퇴자들은 대부분 가맹점 형태로 창업을 하지만 가맹본부의 횡포에 시달린다. ‘현대판 지주소작제’, ‘노예계약’이라는 말도 나온다. ‘갑을관계’ 때문에 가맹점 가입자들이 매상을 올려봤자 결국 본부에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경기 악화로 매출이 줄게 되면 임대료와 물품대금,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는 빚을 질 수밖에 없다.
이런 요인들이 겹치다 보니 생계형 창업의 생존율은 현저히 낮다. 중소기업청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창업 5년 후 생존율은 도소매업이 26.7%, 숙박·음식점업은 17.7%에 불과하다.
◇생계자금 대출 증가…연체율 급증으로 이어져
자영업자들의 대출 중 상당수는 사업자금 확보가 아닌 생계자금 목적의 대출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눈 앞에 닥친 생계비를 빚으로 해결해야 할 만큼 자영업자들이 극한 상황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서울 강서 지역에 거주하는 A씨는 액세서리류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A씨는 최근 최근 쇼핑몰 마케팅 비용과 신규 물품대금 확보 목적으로 2천만원을 대출받기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센터를 찾았다.
공단에서 정책자금 지원대상 확인서를 받고 지역 신용보증재단에서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으면 은행에서 소상공인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A씨 쇼핑몰의 월 매출액은 100만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사업성이 없는 셈이다.
공단 관계자는 “정책자금 보증 지원을 받으려는 자영업자 가운데 절반은 사업자금이 아닌 생계자금 용도로 돈을 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A씨도 사업 여건을 봤을 때 생계자금을 구할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영업의 생존율이 낮은 데다 상당수 대출금이 생계자금으로 쓰이다 보니 자연히 대출의 부실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 하나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44%에서 0.82%로 두 배로 급증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비슷한 상황이다.
◇은행권은 대출경쟁…증가세 가속화 우려
자영업자의 부채 급증 배경에는 은행권의 대출경쟁이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영업자 대출시장은 이미 은행권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지 오래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뜸해진 사이 은행들은 자영업자 대출시장을 주목하며 치열한 영업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대출은 STX, 동양 등 대기업 부실이 이어지면서 위험이 높아진 데다 주택담보대출은 정부규제와 경쟁격화로 예대마진이 줄어든 탓이 크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2조4천810억원 증가했고, 우리(2조361억원), 하나(1조9천756억원) 등 다른 은행도 대출금을 크게 늘렸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자영업자대출 규모는 이미 중소기업대출을 뛰어넘었다.
2010년말 대비 올해 10월 말 자영업자 대출의 증가율은 30%에 달해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율(23%)을 훌쩍 넘어선다.
은퇴한 베이비부머가 자영업으로 밀려들면서 이런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는 앞으로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해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대출규모가 최근 급증세를 보인 것”이라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아직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위험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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