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명가’ 농심 세대교체 ‘눈앞’

‘라면 명가’ 농심 세대교체 ‘눈앞’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21-02-07 18:14
수정 2021-02-0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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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호 회장 경영 일선서 퇴진
장남 신동원 회장 승진 가능성

신춘호 농심 회장
신춘호 농심 회장
농심그룹의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라면 명가’의 세대교체가 이뤄진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고령을 이유로 핵심 계열사인 ㈜농심의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장남인 신동원 농심그룹 부회장의 회장직 승계가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신 회장은 다음달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에 재선임되지 않는 방식으로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으로 지주사인 농심홀딩스와 다른 계열사인 메가마트, 태경농산 등 다른 계열사의 사내이사직에서도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1965년 창업 이후 56년 만에 자녀들에게 사업을 맡기고 일선에서 완전히 퇴진하는 것이다.

신 회장은 슬하의 3남 2녀 가운데 3남 1녀에게 각 계열사의 부회장직을 맡겼고, 이 가운데 장남인 신 부회장이 핵심인 ㈜농심을 맡아 사실상 ‘포스트 신춘호 시대’를 준비하도록 후계를 정리해뒀다. 그룹은 일단 회장 선임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90세에 접어든 신 회장으로서는 이른 시일 내에 신 부회장에게 전권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신 부회장은 1997년 ㈜농심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데 이어 2000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해 20년째 부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농심홀딩스가 신설된 2003년 이후 신 부회장은 주식맞교환 등의 방법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신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지분은 42.92%에 이른다. 아버지 신 회장은 농심홀딩스가 31.94%의 지분을 보유한 율촌화학의 지분 13.5%만 갖고 있다.

신 부회장은 1979년 평사원으로 농심에 입사해 주요 부서를 거치며 실무 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농심이 첫 해외생산공장인 상하이법인을 설립하고 1997년 국제담당 대표이사에 오른 뒤 주요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한국인의 기호식품으로만 여겨졌던 인스턴트 라면의 성장동력을 해외에서 찾은 혜안은 지난해 전대미문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사태 속에서도 역대 최고치인 9억 9000만달러(약 1조 1122억원)의 해외매출을 올리는 성과로 나타났다. 해외매출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으로, 라면을 해외에 첫 수출한 1971년 이후 50년만의 성과였다. 해외매출 등의 호조로 농심은 지난해 2조 6398억원의 매출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도 경신했다. 신 회장으로서는 농심을 정점에 올려놓은 뒤 물러나는 셈이다.

고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동생이기도 한 신 회장은 1세대 창업주로서 농심의 대표 라면 브랜드인 ‘신라면’을 비롯해 ‘짜파게티’, ‘너구리’ 등을 국민 인기 식품으로 올렸고, 라면 외에도 ‘새우깡’, ‘양파깡’ 등 스낵류에서도 수많은 히트 상품을 배출했다. 특이 이같은 인기 상품들은 신 회장이 직접 이름을 지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편 다음달 25일 열리는 ㈜농심 주총에서 신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빠지는 대신 신동원 부회장과 박준 부회장, 이영진 부사장이 선임된다. 이 부사장의 선임은 전문경영인이 신 회장의 빈자리를 채우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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