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의 롯데’ 대북사업 재도전 나선다

‘초코파이의 롯데’ 대북사업 재도전 나선다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입력 2018-05-29 22:52
수정 2018-05-30 01:1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식품·유통 앞세워 TF 본격 준비

남북 관계 상징성 첫 상품 떠올라
‘원조’ 오리온도 초코파이 마케팅
CU “개성공단 점포 언제든 가동”

최근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산업계에서도 조심스레 준비 태세에 돌입하는 가운데, 롯데그룹이 다시 한번 대북 사업 도전에 나선다. 같은 식문화를 보유해 상대적으로 진출하기 용이한 식음료 등을 앞세울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표적인 ‘북한 인기 간식’ 초코파이를 두고 주요 경쟁업체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된다.

29일 재계와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대북 사업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식품, 유통 등 계열사들과 의견을 모으며 태스크포스(TF)를 준비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초코파이가 첫 타자로서 교류 초기의 적응을 돕는 ‘아이스 브레이킹’ 상품으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초코파이는 2005년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 현지 근로자들에게 전해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수요가 증가해 한때는 지급 개수가 하루에 1인당 5개를 넘어서기도 했다. 급기야 현지 시장에서 초코파이가 몰래 거래되면서 지급 중단 조치가 벌어지기까지 하는 등 단순한 과자를 넘어서 남북 관계의 상징적인 제품이 됐다.

롯데 측은 과거 개성공단 납품 당시에도 자사 제품의 비중이 전체의 90% 이상이었던 만큼 여건만 마련되면 진출에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롯데는 2008년 6월부터 2014년 말까지 매달 평균 2억~3억원어치의 초코파이를 납품했다.

이에 앞서 1995년에도 롯데는 그룹 내 북방 사업 추진본부를 설립하고, 북한 현지에 초코파이와 생수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1998년 정부로부터 남북 협력사업자로 승인까지 받았지만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한편 ‘원조’ 초코파이 업체인 오리온도 돌아가는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아직까지 TF 구성 등 준비에 들어간 것은 없다”면서도 “아직 북·미 협상 등이 남아 있는 만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에는 이르지만, 만약 남북 관계가 진전돼 교류의 장이 열린다면 초코파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밖에도 개성공단 1·2호점과 개성공단종합지원센터점 등 과거 3개 점포를 운영하며 국내 편의점업계 중 유일하게 북한에 매장을 둔 CU 역시 남북한 정세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CU 개성공단 점포들은 2016년 2월 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다. 당시 갑작스러운 철수로 매장을 그대로 둔 채 문만 잠그고 빠져나온 터라 공단 가동만 재개되면 곧바로 영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CU 측의 설명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기에 조심스러운 단계지만, 북한은 기본적으로 국내 소비자들과 비슷한 입맛을 가진 데다 모든 업체들이 동등하게 출발선에 설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교류가 활성화되면 업계 입장에서는 탐나는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8-05-30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