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논란 자초·선거구 전략·모금작업·지지기반 확대 지지부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 주류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5개월 앞으로 다가온 본선 승리를 위해 지금쯤이면 선거캠프의 전열을 단단히 하고, 그동안 자주 논란을 빚었던 그의 과격한 발언의 수위를 조절해 지지층을 확장하고, 선거자금을 끌어모으기 시작해야 하는데, 상황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4일(현지시간) 그의 마지막 경선 경쟁자였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하차함으로써 일찌감치 공화당 경선판을 정리하며 본선 맞수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보다 일찍 본선 경쟁에 집중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섰다.
그러나 지난 5주간 트럼프 캠프는 내분으로 시끄러웠고, 여전히 선거구 공략 전략도 지지부진한 상태이며, 선거자금 모금 작업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반(反)이민자, 반(反)무슬림 발언 등으로 계속해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7일 캘리포니아 경선을 마지막으로 대선후보 선언 후 본격적인 본선 행보에 들어갈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AP통신이 6일 보도했다.
당장 최근 트럼프의 멕시코계 판사 비판 발언을 놓고 공화당 주류 인사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앞서 트럼프는 그가 운영했던 ‘트럼프대학’의 사기의혹 사건을 심리 중인 곤살레스 쿠리엘 샌디에이고 연방지법 판사가 멕시코계여서 자신을 증오하고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공화당의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과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내 주류 인사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용납할 수 없다” 등의 공개 비판을 쏟아냈다.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유권자집단인 히스패닉계를 적으로 돌릴 경우 대선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지역구 선거에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와 불안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좀처럼 물러서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폭스와 친구들’에 나와 “내가 하려는 것은 왜 판사가 나를 부당하게 대우하는지를 알아내려는 것이며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발언을 비판한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의 발언을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플로리다, 오하이오 등 본선 승리를 좌우할 지역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는 점도 공화당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난 2주 동안에만 해도 그는 캘리포니아에 많은 시간을 쏟았는데, 이곳은 거의 30여 년간 공화당 대선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지역이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캠프 내에서는 트럼프 측근 그룹과 새롭게 영입된 인사들 간 내홍이 불거져 캠프 내 주요보직들이 공석인 상태다. 이 과정에서 당초 계획했던 캠프 상급 직원 채용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선거자금 모금 작업도 더디게 진행돼 몇몇 소규모 모금행사만 이뤄졌고, 텍사스, 뉴욕 등 향후 예정된 5개의 대형 모금행사까지는 몇 주가 더 걸릴 예정이다.
이에 비해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난 1일 하루에만 캘리포니아에서 17개의 선거자금 모금행사를 열었다.
트럼프의 가장 큰 문제는 그가 본인의 지지기반 이외의 유권자들에게는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였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선거 매니저였던 테리 설리번은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한 분야에서만 능력 있는 사람”이라며 “그는 똑같은 방법을 반복함으로써 그의 지지기반을 자극하는 데는 정말 능력이 있지만, 그 나머지 유권자들의 경우 같은 것을 73번이나 보게 된다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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