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英 첫만남…“탈퇴통보전 협상없다” vs “차기 총리 일정제시”

EU·英 첫만남…“탈퇴통보전 협상없다” vs “차기 총리 일정제시”

입력 2016-06-29 09:41
수정 2016-06-2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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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브렉시트 되돌릴 길 안 보여…과실만 따먹어선 안돼”캐머런 “50조 발동은 후임 총리가 결정할 사항”

유럽연합(EU) 정상들이 28일 (현지시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첫 회동을 가졌지만 영국과 EU의 공식 탈퇴 협상 개시 시기 등에 관해 양측 입장차만 확인했다.

EU정상들은 영국 정부가 조속히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해 공식탈퇴 협상을 개시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하며, 그 이전에 사전협상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차기 정부가 탈퇴 협상 개시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맞섰다.

EU의 좌장격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회의를 마친 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을 되돌릴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되돌릴 길이 없다”고 단언하며 “모두 현실을 직시해야하며 낙관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독일 연방의회 연설에서 향후 영국과 벌일 탈퇴 협상과 관련해 ‘과실만 따먹기’(Rosinenpickerei·cherry picking)을 배제하겠다며 영국만을 위한 예외적 특권을 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EU 탈퇴 진영을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전날 EU 단일시장 접근도 유지하고 영국민의 거주 이전과 노동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새로운 영국-EU 관계를 만들겠다고 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가족에서 탈퇴하기를 원하는 누구라도 특권만 누리고 의무는 하지 않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EU-미국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계속 추구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정상들이 일부 있었지만 그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며 브렉시트와 상관없이 계속 추진할 뜻임을 밝혔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리스본 조약 50조가 가능한 한 빨리 발동돼야 한다”며 “속도를 높여야 한다. 몇개월 동안 숙고할 시간이 없다.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융커 집행위원장은 앞서 유럽의회 연설에서도 “영국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입장을 명확히 하기를 촉구한다.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더는 머물러 있을 수 없다”면서 영국 정부의 공식적인 EU 탈퇴 통보 이전에 비밀 협상이나 사전협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도날트 투스크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회의 전 “유럽은 오늘이라도 이혼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우리는 영국으로부터 공식 탈퇴 통보 없이는 이혼 절차나 우리의 미래 관계에 대한 어떤 협상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영국이 EU를 탈퇴하기 위한 절차는 가능한 한 빨리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캐머런 총리는 기자들에게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을 위한 “일정표를 제시할 수 없다”며 “이는 후임 총리가 판단할 문제”라며 기존의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모두가 (향후 영국과 EU 관계에 관한) 분명한 모델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면서도 영국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어느 정도의 대가를 치르지도 않고 회원국으로서의 혜택을 모두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EU 정상들과의 만찬 회동에서 국민투표 이후 영국 상황에 관해 설명한 뒤 곧바로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들은 정상회의 이틀째인 29일 비공식 회동을 하고 브렉시트 향후 대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EU 지도자들은 오는 9월 캐머런 영국 총리를 제외한 가운데 차기 EU 의장국인 슬로바키아에서 특별회담을 갖고 ‘영국 없는 EU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다음달 7~9일 폴란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계기에 EU 지도자들과 연쇄회동을 갖고 브렉시트 대응책 논의에 참여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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