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민심에 뒤늦게 극약처방
노영민 “이달 내 반포 아파트 처분”정총리 “고위공직자도 매각 나서라”
전문가들 “장기 로드맵 필요한 때”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처분 의사를 밝힌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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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아파트를 처분하고 서울 반포 아파트를 택해 거센 비난을 받았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8일 결국 반포 아파트까지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페이스북에 “서울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송구스럽다”면서 “이달 내로 서울 아파트도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강남에만 두 채(도곡동·잠실동)를 보유한 김조원 민정수석 등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중 다주택을 보유한 11명도 곧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 실장의 아파트 매도는 실기한 면이 있어 민심을 돌려세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소속 고위공직자의 주택 보유 실태를 파악한 뒤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하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고위공직자가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으면 어떤 정책을 내놔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다주택 소유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1주택 서약’ 이행을 빨리 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해찬 대표는 “아파트 양도 차익으로 터무니없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사라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정청은 우선 7월 임시국회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종합부동산세)를 최대한 강화해 부동산 매매로 차익을 실현하는 투기 수요부터 잡겠다는 계산이다. 양도소득세 중과, 임대사업자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 폐지도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땜질식 정책에 대한 실패 인정과 장기 로드맵 제시, 꾸준한 입법 및 정책 집행이 말보다 중요한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종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보유세를 올려 부동산 수익성을 저하시키고 전반적인 주택공급 확대로 수요자들에게 기다리면 집이 공급된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이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있도록 공급을 늘리고 수요도 분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2020-07-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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