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도 안한 아기가 상속도 없이 주택 매입…4년간 11건

돌잔치도 안한 아기가 상속도 없이 주택 매입…4년간 11건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10-04 12:06
수정 2021-10-0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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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간 10세 미만 미성년자 주택 구매 552건

치솟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
치솟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 수도권 상위 20% 주택매매가격이 15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2021.9.2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돌잔치도 하지 않은 아기가 주택을 구입한 사례가 지난 4년간 11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한 상속 절차가 아닌 편법 증여를 통한 ‘가족 찬스’로 만 10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주택을 매입한 사례도 500건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회재(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주택자금 조달계획서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2017년 9월부터 2021년 8월까지 10세 미만 미성년자가 신고한 주택 매입 건수가 552건에 달했다. 총 매입 가격은 1047억원 규모였다.

연령대별로는 만 8세가 86건(182억 5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만 9세 79건(181억 9000만원), 만 7세 69건(128억 8000만원) 등의 순이었다.

태어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영아가 주택을 구입한 사례도 11건(25억 1000만원) 신고됐다.

이들 대부분은 증여나 전세 등 임대보증금 승계로 자금을 조달하는 갭투자 등을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 등 임대보증금 승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갭투자는 전체의 66.7%(368건)를 차지했다. 부모 등 가족에게 증여를 받아 자금을 조달한 경우도 59.8%(330건)로, 절반이 넘었다.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2018년 서울에서 24억 9000만원에 주택을 공동으로 구입한 2018년생과 1984년생의 경우 각각 9억 7000만원을 자기 예금에서 조달하고 임대보증금 5억 5000만원을 더해 주택을 구입했다고 신고했다.

당시 만 0세인 2018년생이 증여나 상속 없이 자기 자금을 보유해 이를 주택 구매에 사용한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가족 찬스’를 통한 부동산 투기로 인생의 출발선부터 자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미성년자 편법증여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 세무조사 등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고, 부동산 감독기구를 조속히 설치해 편법증여나 불법투기 등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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