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병에도 좌절 안 한 가장…5명에 생명 주고 떠나

희소병에도 좌절 안 한 가장…5명에 생명 주고 떠나

윤예림 기자
입력 2024-04-18 13:40
수정 2024-04-18 13:4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지난달 15일 인하대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린 정수연(52)씨. 2024.4.18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지난달 15일 인하대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린 정수연(52)씨. 2024.4.18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희소병에 걸리고도 좌절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던 50대 가장이 5명에게 새 생명을 나누고 세상을 떠났다.

1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정수연(52)씨는 지난달 15일 인하대병원에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

정씨는 지난 2월 29일 거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다. 당시 집에 있던 아들이 정씨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의료진의 치료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결국 뇌사 상태가 됐다.

강원도 평창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정씨는 젊어서부터 선반 제작 회사에서 기계 설계를 담당했다. 그는 가정에서는 든든한 아빠이자 가장으로, 교회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주차 봉사를 한 다정한 이웃으로 남을 돕는 일에 솔선수범했다.

정씨는 20년 전 ‘보그트 고야나기 하라다’라는 희소 질환을 앓게 됐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기보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 것을 찾아 고민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가족들은 정씨가 힘들게 투병하는 환자들을 안타깝게 여기며 나중에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고려해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정씨의 아내는 “아픈데도 20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애들 아빠로서 살아준 게 너무 자랑스럽다”며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게 되면 나를 제일 먼저 나를 맞아줬으면 좋겠어. 고맙고 정말 사랑해”라고 남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변효순 장기조직기증원 원장 직무대행은 “희소병이라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가족과 이웃을 보살핀 따뜻한 마음이 삶의 마지막 순간 생명나눔의 꽃을 피웠다”라고 말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