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이택근 끝내기 안타에도 간접적인 영향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가 맞붙은 올해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 PO·5전 3승제)의 다른 말은 ‘박병호시리즈’다.넥센의 해결사 박병호가 얼마나 잘 치느냐, 그를 얼마나 잘 묶느냐에 따라 넥센은 물론 상대팀의 명암이 갈린다.

홈런·타점 타이틀을 2년 연속 석권하고 올해에도 타격 4관왕을 차지한 거포 박병호의 존재감은 시리즈 전체를 좌우할 만큼 절대적이다.

박병호는 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막을 올린 준 PO 1차전에서 이름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1-0으로 앞서간 1회 첫 타석에서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몸쪽 높은 직구(시속 149㎞)를 통타해 총알처럼 뻗어가 백스크린을 정통으로 때리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첫 홈런을 쏘아 올린 그는 2-2로 맞선 6회에는 선두 타자로 나와 볼넷을 고른 뒤 이성열의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 때 재빠르게 홈을 밟아 추가득점을 올렸다.

9회 이택근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4-3, 넥센의 1점차 승리로 끝난 첫 판에서 2점이 박병호의 손과 발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3-3으로 맞선 9회 2사 2,3루에서 이택근이 우익수 앞으로 굿바이 안타를 날릴 수 있던 원동력도 따지고 보면 뒤에 버티는 박병호 덕분이다.

박병호를 두고 만루 작전을 펼칠 만큼 간 큰 감독은 없다.

박병호를 상대하는 팀의 전략은 ‘웬만하면 거른다’로 굳어졌다.

1회 시작과 함께 큰 것 한 방을 얻어맞은 니퍼트는 3회 2사 2,3루에서 박병호를 고의 4구로 걸렀다.

6회에는 주자도 없는데 괜한 볼넷을 줬다가 추가 실점의 빌미를 주고 말았다.

두산은 3회를 빼고 박병호 앞에 주자를 내보내지 않아 실점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또 박병호 앞뒤로 포진한 이택근과 강정호를 각각 5타수 1안타, 4타수 무안타로 막아 ‘포위작전’도 나름 성공했다.

이처럼 여러 여건은 불리하게 돌아갔으나 박병호는 이를 뚫고 홈런, 빠른 발을 앞세운 득점으로 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정교함과 힘, 주력까지 겸비한 박병호여서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박병호가 공격을 주도한 넥센과 달리 두산에서는 이원석, 정수빈 등 하위타자들이 득점을 이끌었다.

7번 정수빈이 9회 2사 1루에서 극적인 동점 중월 2루타를 터뜨리는 등 2루타 2방을 합쳐 4타수 4안타 불꽃타를 터뜨리고 2타점이나 올리며 분전했으나 중심 타선의 부진으로 아쉽게 빛을 보지 못했다.

민병헌-김현수-홍성흔으로 짜인 두산 중심 타선은 11타수 1안타를 합작하는 데 그쳐 박병호 한 사람을 당해내지 못했다.

박병호처럼 절대 거포는 없지만 ‘지뢰밭 타선’을 꾸린 두산은 비록 1패를 안았지만 박병호만 묶는다면 득점 싸움에서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택근의 한 방으로 귀중한 1승을 거둔 넥센도 박병호 앞뒤에 포진한 타자가 터지지 않으면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