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남는다” 이건희 ‘품질경영’ 고삐 죈다

“1등만 남는다” 이건희 ‘품질경영’ 고삐 죈다

입력 2011-07-17 00:00
업데이트 2011-07-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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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서 경각심 높일 것”’목표 성능 미달’ 리콜·징계 징계 잇따를 듯

‘1등 제품 몇 개 있다고 자만하지 마라. 아직도 배울 게 많다.’

삼성이 국내외 경쟁업체들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 가운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품질 경영의 고삐를 바짝 죈다.

17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18~29일 수원디지털시티에서 열리는 ‘2011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에 들러 삼성 제품의 ‘현주소’를 살피고 선진 제품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벤치마킹할 부분을 찾아 보완하도록 지시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이 회장이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시회는 그가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 등에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09년을 빼고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온 행사로,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창조경영’을 강조했던 2007년 전시회 이후 4년 만에 행사를 보게 된다.

회사에 나오지 않을 때도 꼬박꼬박 전시회에 참석한 만큼 매주 두 차례 정기출근하는 상황에서 행사는 당연히 참관하지 않겠느냐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이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삼성과 일류 기업의 제품과 기술력 차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이 전시 행사는 매년 또는 격년 단위로 ‘철통 보안’ 속에 열린다.

이 행사가 삼성이 전기·전자 및 반도체 등 첨단 IT 분야에서 ‘월드 베스트’ 제품을 개발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도 예년처럼 2천여㎡의 전시장을 디지털미디어관, 정보통신관, 생활가전관, 반도체관, 액정표시장치(LCD)관, 디자인관 등으로 나눠 소니, 파나소닉, 샤프, GE, 노키아, 애플, HP 등 분야별 최고 수준의 수백개 프리미엄 제품과 삼성 전기·전자 계열사의 제품을 현장 비교한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시스템, 솔루션, 디자인, 성능, 가격, 핵심 기술,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 10~20개 항목을 면밀하게 비교·분석함으로써 삼성의 강점과 약점을 되짚어보고 차세대 기술의 방향성을 정하고 대응 전략을 짜는 방식이다.

또 창조성과 감성 부문을 강조하기 위해 전자제품뿐 아니라 혁신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나 디자인을 채택한 이색 제품과 명품도 다수 전시한다.

이 회장은 이 기간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그룹 및 삼성전자 수뇌부와 함께 전시장을 찾아 꼼꼼히 제품의 성능 등을 비교하며 현재 상황에 안주하거나 일부 1등 제품에 자만하지 말고 더욱 매진하도록 경각심을 불어넣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이 된 애플이 삼성과 스마트폰 특허 전쟁을 벌이면서 핵심 부품의 거래처를 대만 업체 등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반도체, LCD 등 부품뿐 아니라 3D TV, PC, 생활가전 등 완제품 분야에서 국내외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행사 분위기가 더 심각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전시회는 ‘레드오션’ 분야에서 초격차 전략으로 우위를 지키는 동시에 ‘블루오션’ 개척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이 어느 위치에 있으며 1등’을 지키거나 따라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냉철하게 돌아보는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삼성테크윈 부정·비리 사건을 계기로 임직원 ‘정신 재무장’을 강조해온 이 회장이 이번 행사 등을 통해 품질 경영을 더욱 가속화할 게 삼성 안팎의 관측이다.

그는 199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호텔 숙소에서 삼성과 도시바의 VCR를 부품까지 분해하며 임원들에게 비교해 보인 일화가 있을 정도로 품질에 집착해왔다.

1993년에는 금형 불량으로 세탁기 접촉 면이 맞지 않아 직원들이 칼로 플라스틱을 긁어내는 것을 보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며 양(量) 경영에서 질(質) 경영으로 바꾸는 ‘신경영 원칙’을 선언했다.

이어 1995년 휴대전화와 무선전화기 2천대를 임직원에게 설 선물로 돌렸는데 통화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들 제품 15만대, 당시 시가로 500억원 상당을 구미공장에서 불태운 ‘화형식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삼성테크윈이 산업용 공기압축기를 자발적으로 리콜하고 삼성전자가 스마트 에어컨 6만대의 핵심 부품을 갈아주는 것도 “품질은 절대 양보할 수 없으며 불량은 암”이라는 이 회장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더라도 삼성이 지향하는 최상의 품질 제공 원칙에 어긋나게 목표 성능에 미달하는 제품이 나오면 전량 리콜하고 책임자를 경질하는 상황이 속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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