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이번엔 비자금 수사…겹악재에 ‘패닉’

롯데그룹, 이번엔 비자금 수사…겹악재에 ‘패닉’

입력 2016-06-10 10:07
수정 2016-06-1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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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습기 살균제 인명 피해 사건과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등으로 술렁이던 롯데그룹이 검찰로부터 비자금 수사까지 받으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1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 소속 검사와 수사관 약 30명은 이날 오전 9시 10분께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24~26층 정책본부에 나와 오전 9시 50분 현재까지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26층은 신동빈 회장과 이인원 부회장 등의 집무실이 있는 곳이다.

검찰은 롯데그룹 임직원들이 제2롯데월드 건축 등 과정에서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정책본부 임원은 “영장 내용도 확인되지 않는 데다 압수수색 현장에 접근도 할 수 없어 답답할 뿐”이라며 “일단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그룹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내놓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롯데는 지난해 7월 이후 치열한 경영권 싸움을 거쳐 최근 차남 신동빈 회장 체제에서 안정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가습기 살균제, 면세점 입점 로비, 홈쇼핑 중징계에 이어 이번 비자금 수사까지 겹치면서 다시 크게 흔들리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비자금 수사의 화살은 그룹 총수인 신 회장으로 향할 수도 있는 만큼 충격의 강도는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일 검찰은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 등도 전격 압수수색했다. 현재 수감 중인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면세점 입점 로비 차원에서 신 이사장 등 롯데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건넨 단서를 잡고 사실 확인에 나선 것이다.

정 대표는 브로커 한 모(58) 씨와 2012년 롯데면세점 내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운영에 관한 컨설팅(점포 위치 조정, 제품 진열, 재고 관리 등) 계약을 체결하고 점포 수익의 3~4%를 수수료로 지불했다. 이후 정 대표는 2014년 7월 한씨 측과 돌연 계약을 끊고 신영자 이사장의 장남이 운영하는 A사에 같은 업무를 맡겼다.

검찰은 한씨와의 계약 체결 및 해지, A사와의 신규 거래 과정에서 정 대표가 롯데 측에 수십억원 규모의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캐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에 따른 인명 피해 사태도 갈수록 롯데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5년부터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를 원료로 PB 가습제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다 중단한 바 있다.

이 원료는 지난 2011년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등을 포함한 수 백명이 잇따라 사망한 뒤 진행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 집단 폐 손상의 원인으로 지목된 물질이다. 피해자가 가장 많은 ‘옥시싹싹’ 제품의 성분과 같다.

이 때문에 검찰 특별수사팀은 지난 2004~2007년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으로 재직한 현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에게 안전성 검증에 소홀한 책임(업무상 과실치사)을 물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영장 실질심사를 거쳐 이르면 이날 구속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홈쇼핑 등 계열사들이 최근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것도 롯데로서는 뼈 아픈 부분이다.

지난달 28일 롯데홈쇼핑은 미래과학부로부터 ‘9월 28일 이후 6개월간 프라임타임(오전·오후 8~11시) 영업정지’라는 전대미문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납품 업체의 도미노 피해 등 파급 효과 등의 측면에서 징계 수위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일부 논란이 있지만, 모든 문제가 기본적으로 재승인 과정에서 ‘비위 임원 정보’라는 중요한 내용을 누락한 롯데홈쇼핑의 ‘무신경’에서 비롯됐다.

특히 롯데 임직원들은 잇단 압수수색, 구속, 중징계 등의 악재가 6월말 호텔롯데 유가증권시장 상장, 11월 잠실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 재승인 등 그룹 미래를 좌우할 대형 이벤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표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해명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신 회장도 향후 롯데 경영의 최대 가치로 투명 경영,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경영 등을 강조한 만큼 만약 고칠 부분이 드러나면 과감하게 개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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