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그놈 목소리다’…AI가 보이스피싱 막는다

‘위험! 그놈 목소리다’…AI가 보이스피싱 막는다

한재희 기자
입력 2020-11-04 18:38
업데이트 2020-11-0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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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방지 기술’ 내놓은 후후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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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자회사 후후앤컴퍼니가 내놓은 보이스피싱 방지 서비스 KT 제공
KT의 자회사 후후앤컴퍼니가 내놓은 보이스피싱 방지 서비스
KT 제공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똑똑해졌다 하더라도 보이스피싱 범인을 가려낼 수 있을까.’

4일 ‘보이스피싱범 잡는 AI’ 기술을 개발했다는 KT 자회사 후후앤컴퍼니의 서울 강서구 사무실을 찾았다. 직원 안내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 범인 목소리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음성을 휴대전화 통화에 들리게 했더니, 곧장 스마트폰이 ‘난리’가 났다. 시뻘건 화면에 ‘위험! 보이스피싱범 일치!’라는 문구가 뜨는 동시에 경고음도 시끄럽게 울렸다. 그래도 ‘혹시’ 하는 의심이 걷히지 않아 이번에는 기자가 직접 범인인 척 DB에 목소리를 추가했다.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작한 지 10여초 만에 상대방 스마트폰에 어김없이 경고 문구가 떴다. 곁에 있던 후후앤컴퍼니 관계자는 “AI로 보이스피싱 범인을 잡아내는 것은 이 세상에 없던 탐지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후후앤컴퍼니가 내놓은 보이스피싱 방지 기술의 핵심은 ‘성문 분석’이다. 사람의 지문처럼 목소리에도 ‘성문’이라는 고유한 특징이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후후앤컴퍼니는 금감원이 수집한 1500~2000명의 보이스피싱 범인의 목소리를 공유받아 이를 AI에게 학습시킨다. ‘딥러닝’을 통해 보이스피싱 범인의 목소리를 완전히 익힌 AI는 통화 도중 성문을 분석해 상대방 목소리가 DB에 있는 것과 일치하는지 곧바로 가려낸다. 1년 전에도 후후 앱에 보이스피싱 방지 기능이 도입되긴 했다. 다만 당시에는 대화의 내용만 분석했는데 이번에는 성문 분석까지 추가해 정확도를 끌어올린 것이다.
4일 서울 강서구 후후앤컴퍼니에서 AI가 목소리를 분석해 보이스피싱을 방지하는 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범인의 목소리를 들려 주자 스마트폰 화면에 ‘위험! 보이스피싱 목소리와 일치!’라는 경고문구가 떴다.  KT 제공
4일 서울 강서구 후후앤컴퍼니에서 AI가 목소리를 분석해 보이스피싱을 방지하는 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범인의 목소리를 들려 주자 스마트폰 화면에 ‘위험! 보이스피싱 목소리와 일치!’라는 경고문구가 떴다.
 KT 제공
또 후후앤컴퍼니는 보이스피싱 경고 문구가 떠도 끝내 돈을 송금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범인과의 통화 직후 자동으로 은행 송금을 막아 두는 기능도 넣었다. 우선 부산은행을 시작으로 향후 이 같은 기능이 가능한 은행을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다. DB에 등록돼 있지는 않지만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를 받았을 때 범인의 목소리를 경찰청에 제보·신고하는 기능도 향후 추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다만 범인이 특수 마이크를 쓰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변조하면 아무래도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어 추후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후후 앱에 추가되는 성문 분석 기능은 12월 말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김준원 후후앤컴퍼니 플랫폼 개발 그룹장은 “보이스피싱은 계좌송금이 이뤄지기 전에 이를 빨리 막아야 해 ‘골든타임’이 중요하다”면서 “800만명이 쓰는 후후 앱에 이를 무료로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방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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