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는 미국, 전범 다루는 ICC 재판관 등 제재하겠다

막나가는 미국, 전범 다루는 ICC 재판관 등 제재하겠다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9-03 08:13
업데이트 2020-09-03 08:1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미국 국무부가 제재하겠다고 발표힌 파투 벤수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EPA 자료사진
미국 국무부가 제재하겠다고 발표힌 파투 벤수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EPA 자료사진
미국 정부가 전범 재판을 주로 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파투 벤수다 소장을 비롯해 고위 간부 여럿을 제재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전쟁범죄 혐의를 수사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취재진에게 ICC가 “미국인들을 사법 관할권 아래 복속시키려는 불법한 시도들을” 했다고 비난했다. 벤수다 소장과 파키소 모초초코 사법권 보상 협력 분과 위원장이 제재 대상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ICC가 “총체적으로 붕괴됐고 부패한 기관”이라고 규정한 뒤 “제재 대상에 물자를 동원해 지원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로 명단을 폭로하고 제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아울러 ICC 직원들이 “미국인을 수사하기 위한 노력으로” 비자를 발급받는 일을 제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행정명령을 발령해 ICC 직원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입국하지 못하게 했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발키스 자라 수석 고문은 미국 정부의 제재는 “최악의 범죄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정의를 돌려주려는 시도에 대한 수치스럽고 저열한 방해”라고 개탄했다. 그녀는 당연히 응징당할 반인류적인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처벌하려는 ICC 재판관들을 오히려 제재하는 짓은 “놀라운 전복”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2002년 유엔 협약에 의거해 출범한 ICC는 개별 국가에서 처벌할 수 없거나 기소되지 않을 법한 반인류적 범죄나 학살, 전쟁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23개국이 가입했는데 미국은 ICC 창설 때부터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며 가입하지 않았다. 중국과 인도, 러시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국가들이 미국의 결정에 버젓이 함께 했다.

아프리카 동부 감비아 출신으로 법무장관을 역임한 벤수다 소장은 전임 루이스 모레노오캄포 소장 시절 부소장을 지냈다. 1994년 200만명 가까운 사람이 희생된 르완다 학살을 주도한 인물을 법정에 세웠을 때 법률 자문으로 ICC와 인연을 맺었다. 사실 전임자까지는 미국인을 법정에 세우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아프리카 국가들만 문제 삼았다. 2012년에 콩고민주공화국의 반군 지도자 토머스 루방가에 처음으로 선고까지 할 수 있었는데 창설 후 10년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취임 초부터 강단 있게 미국인도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해 관철시켰다. 미국의 분노를 산 것은 물론이었다. 그녀는 그 뒤에 두 차례나 고배를 마셨다. 2014년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을 반인류 범죄로 기소하려 했으나 좌절됐고 지난해 로렌트 그박보 코트디부아르 전 대통령을 전범으로 기소했으나 무죄 판결이 나왔다.

ICC는 2003년 5월 이후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인 탈레반, 아프간 정부, 미군의 잔학 행위를 연초부터 조사하며 손상된 지위를 회복하려 애쓰고 있다. 2016년 ICC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은 중앙정보국(CIA)이 지휘하는 비밀 구금시설에서 잔학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을 입증할 합리적인 근거들이 있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은 ICC에 가입했으나 정부 관리들은 조사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