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野 지도자 콜레스니코바 여권 찢어 던져버려 출국 모면”

“벨라루스 野 지도자 콜레스니코바 여권 찢어 던져버려 출국 모면”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9-09 05:34
업데이트 2020-09-09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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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당국은 “달아나려다 실패” 야권은 “출국시키려다 실패”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에서 납치돼 다음날 우크라이나로 강제 출국당할 뻔했으나 여권을 찢어 차 밖으로 던져버려 보안 당국에 체포된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마리야 콜레스니코바가 지난달 22일 민스크의 독립광장에서 진행된 대선 불복 시위에 합류, 참가자들이 반기자 답례하고 있다. 그녀는 원래 플루트 연주자였는데 지난달 9일 대선 이후 불복 시위가 전개되면서 리투아니아로 피신한 대선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대신해 야권 지도자로 떠올랐다.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에서 납치돼 다음날 우크라이나로 강제 출국당할 뻔했으나 여권을 찢어 차 밖으로 던져버려 보안 당국에 체포된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마리야 콜레스니코바가 지난달 22일 민스크의 독립광장에서 진행된 대선 불복 시위에 합류, 참가자들이 반기자 답례하고 있다. 그녀는 원래 플루트 연주자였는데 지난달 9일 대선 이후 불복 시위가 전개되면서 리투아니아로 피신한 대선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대신해 야권 지도자로 떠올랐다.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보안당국 요원이 납치해 우크라이나로 강제 출국시키려 하자 마리야 콜레스니코바가 여권을 찢은 다음 자동차 밖으로 던져버렸다.”

8일 새벽(이하 현지시간)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완전히 다른 얘기가 전해졌다. 야권의 대선 불복 시위로 인한 정국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전날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끌려간 것으로 알려진 야권 지도자 셋 가운데 마리야 콜레스니코바만 당국에 체포됐다. 당국은 그녀가 몰래 우크라이나로 달아나려는 것을 적발해 체포했으며 다른 두 남성은 달아났다고 8일 발표했다.

하지만 벨라루스 보안당국 발표와 정반대로 당국이 이들 셋을 우크라이나로 강제 출국시키려다 둘만 성공하고 콜레스니코바는 출국시키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콜레스니코바와 함께 민스크에서 백주대낮에 납치돼 강제 출국된 야권 단체 조정위원회 공보서기 안톤 로드녠코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로한 것이다. 그는 벨라루스 대선 불복의 구심점이 된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인 콜레스니코바의 참모다. 로드녠코프는 “콜레스니코바가 (자동차) 뒷좌석에 처박혀 있었는데 어디로든 떠나지 않겠다고 절규했다. 우리 셋은 머리에 덮개가 씌어지고 두 손은 묶인 채로 있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우크라이나로 출국하는 데 동의했는데 국경에 이르렀을 때 콜레스니코바가 마음이 바뀌었는지 출국을 거부했다. 그녀는 자동차 지붕 위로 올라가 벨라루스 땅에 머무르겠다고 했다. 진짜 영웅이었다. 우리는 지금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증언했다. 기자회견에는 함께 납치돼 강제출국된 조정위 집행서기 이반 크라프초프도 함께 했다.

하지만 벨라루스 국가국경위원회는 로드넨코프와 크라프초프가 불법으로 벨라루스를 떠나 우크라이나로 출국했으며, 콜레스니코바는 체포됐다고 밝혔다. 위원회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로드넨코프와 크라프초프, 콜레스니코바 등이 새벽 4시쯤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의 차량검문소를 통해 출국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도 이날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콜레스니코바 체포 사실을 확인하면서 “그녀가 우크라이나로 도주하려다 출입국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당국은 로드녠코프와 크라프초프 등 벨라루스 야권인사 둘이 입국했다면서 이들이 강제로 출국당했으며 콜레스니코바는 스스로 강제 출국을 불가능하게 하는 행동을 해 우크라이나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콜레스니코바는 지난달 대선에 입후보하려다 체포된 전 은행가 빅토르 바바리코의 선거운동본부장을 맡았다가 바바리코 수감 후 유력 여성 야권 후보였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지원해 왔다. 바바리코 진영은 콜레스니코바가 체포돼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벨라루스 남부 고멜주의 병영에 억류돼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티하놉스카야 진영은 그녀의 대리인 역할을 해온 코로발로바 안토니나도 연락이 두절됐다고 우려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달 9일 대선에서 26년을 장기 통치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시위대 강경 진압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 야권 단체 조정위원회는 루카셴코에게 맞서 대선에 출마했다가 신변이 위험해졌다며 리투아니아로 출국한 여성 지도자 티하놉스카야의 제안으로 지난달 14일 창설됐다.

한편 루카셴코는 이날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냥 이렇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사반세기 동안 벨라루스에 봉사했다”면서 야권의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이어 “ 개헌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으며 개헌 뒤에 조기 대선을 치르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권 인사 파벨 라투슈코는 루카셴코의 발언을 믿을 수 없다며 대선 재선거는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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