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흑인은 영화 속 이미지” 샘 오취리, BBC 인터뷰

“한국서 흑인은 영화 속 이미지” 샘 오취리, BBC 인터뷰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0-08-20 15:30
업데이트 2020-08-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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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 연합뉴스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 연합뉴스
英 BBC “샘 오취리, 韓 인종차별에 저항하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29)가 영국 BBC 방송에서 한국사회의 흑인 인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20일 화제를 모은 오취리의 BBC 인터뷰는 지난 13일(현지시간)에 나온 내용으로 오취리는 인터뷰에서 “내가 한국의 학교를 다닐 때 캠퍼스에서 거의 유일한 흑인이었지만 최근 몇 년 새 라이베리아·가나·우간다 등 아프리카 대륙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며 “아프리카인들은 한국을 잘 모르고 한국인들은 아프리카 문화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에 서로에게 상대의 문화를 알려주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종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취리는 최근 경기 의정부고등학교 학생들이 흑인분장(블랙페이스)으로 졸업사진을 찍은 것을 비판했다가 논란이 일자 “경솔했다”며 사과한 바 있다.

BBC는 오취리를 ‘한국에서 인종차별에 맞서고 있는 흑인’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서 흑인 정체성은 영화 속 이미지”
오취리는 ‘흑인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아프리카 대륙엔 엄청 다양한 나라가 있지만 한국인들에게 그런 다양성에 대한 노출이 부족하다”면서 “때문에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것들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 친구들에게 ‘무엇이 흑인에 대한 아이덴티티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가’라고 물었을 때 그들은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접한다’고 한다”며 “즉 거기에서 흑인을 어떻게 묘사하느냐가 흑인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경향은 한국인들이 특별히 인종차별적이라기보단 다른 모든 나라에서도 적용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샘 오취리, 의정부고 ‘관짝소년단’ 패러디 비판/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샘 오취리, 의정부고 ‘관짝소년단’ 패러디 비판/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학생들 비난할 의도 없어…패러디 제대로 하려 했다는 의도 안다”
오취리는 인터뷰에서 의정부고 학생들의 흑인 패러디와 관련한 이슈를 언급하며 “많은사람들은 내가 학생들을 비난할 목적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라며 “난 학생들이 누군가를 해치고자, 조롱하고자 한 게 아니라 단지 패러디를 제대로 하려 했다는 의도였단 걸 안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초반 내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 몇몇 한국인들과 나 사이에선 매우 의미 있는 대화가 오고 갔다”면서 “하지만 어딜가든 맥락 없이 공격만 하는 ‘불편러’들이 있고 부정적인 것들이 더 큰 소리를 내기 마련이라 논란거리가 된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한국인들이 블랙페이스가 모욕적이라는 걸 이해하는 것 같나’라는 물음엔 “한국인들이 블랙페이스에 대한 역사를 몰랐기 때문에 그게 왜 모욕적인지 모른다”며 “그래서 본질적인 내용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패러디인데 왜 그러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안에 얽힌 진짜 이야기를 알려고 하는 이들도 있었기에 내가 지금 이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라고 답했다.
샘 오취리가 과거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 ‘눈 찢기’ 행동을 했던 것이 최근 논란이 됐다. 당시 스페인의 ‘얼굴 찌푸리기 대회’가 소개됐는데 출연자들이 직접 얼굴 찌푸리기를 시도해보는 과정에서 샘 오취리가 비(非)아시아권에서 아시아인을 조롱할 때 하는 ‘눈 찢기’를 한 것에 대해 인종차별적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나온 것.  JTBC 유튜브 캡처
샘 오취리가 과거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 ‘눈 찢기’ 행동을 했던 것이 최근 논란이 됐다. 당시 스페인의 ‘얼굴 찌푸리기 대회’가 소개됐는데 출연자들이 직접 얼굴 찌푸리기를 시도해보는 과정에서 샘 오취리가 비(非)아시아권에서 아시아인을 조롱할 때 하는 ‘눈 찢기’를 한 것에 대해 인종차별적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나온 것.
JTBC 유튜브 캡처
기자가 ‘일각에선 당신이 과거 방송에서 아시아인 인종차별로 여겨지는 눈을 찢는 행위를 한 것을 두고 당신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한다’고 하자 오취리는 “스페인의 못생긴 얼굴 대회 이야기가 나왔을 때 단지 얼굴을 최대한 일그러뜨리려고 한 것”이라며 “난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데 왜 한국인을 비하하겠는가”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하지만 이게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안 좋게 받아들였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겠다”고 덧붙였다.

오취리는 ‘Black Live Matter(흑인의 삶도 소중하다)’ 캠페인이 한국에서도 지지를 받은 데 대해 “한국에서 흑인과 관련한 움직임이 이렇게 큰 반응을 얻은 건 거의 처음이라 기분 좋게 놀랐다”며 “10년 전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하면 지금과 같은 반응이 나왔을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내가 몇 년 동안 노력한 일이 결실을 맺은 것처럼 보였다”고 강조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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