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각자 잘 쓰는 한국, 마스크 줘도 안 쓰는 미국

마스크 각자 잘 쓰는 한국, 마스크 줘도 안 쓰는 미국

김성호 기자
입력 2020-07-02 20:32
업데이트 2020-07-03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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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지키는 사회, 선을 넘는 사회/미셸 겔펀드 지음/이은진 옮김/시공사/448쪽/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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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리아의 왕 살만에세르 3세와 바빌로니아의 통치자가 악수하는 장면이 새겨진 기원전 9세기 부조. 악수는 고대 그리스에서 무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는 사회규범적 표현으로 고안됐지만 지금 가장 흔한 인사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시공사 제공
아시리아의 왕 살만에세르 3세와 바빌로니아의 통치자가 악수하는 장면이 새겨진 기원전 9세기 부조. 악수는 고대 그리스에서 무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는 사회규범적 표현으로 고안됐지만 지금 가장 흔한 인사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시공사 제공
나라마다 천차만별 생활상은 사회규범 탓
빡빡함과 느슨함 문화 차이로 서로 갈등도
양쪽을 서로 보완할 때 불행과 낭패도 예측

네덜란드에서는 대마초를 커피숍에서 합법적으로 판매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마약을 소지하면 사형을 당할 수도 있다. 일본에선 열차의 도착이 지연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브라질의 대중교통은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게 다반사다. 인터넷과 기술 발달로 인류가 가깝게 연결되고 소통하는데 생활상은 왜 이렇게 천차만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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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탄자니아 마할레 국립공원의 침팬지들. 인간과 아주 유사한 유인원인 침팬지는 서로 보고 배우기도 하지만 인간처럼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사회규범을 따르지는 않는다.  서울신문 DB
아프리카 탄자니아 마할레 국립공원의 침팬지들. 인간과 아주 유사한 유인원인 침팬지는 서로 보고 배우기도 하지만 인간처럼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사회규범을 따르지는 않는다.
서울신문 DB
`문화규범 연구´의 선구자로 유명한 미셸 겔펀드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는 그 원인을 사회규범의 `빡빡함´(tight)과 `느슨함´(loose)의 차이에서 찾는다. 사회규범의 강도에 따라 인간 생활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세상의 문화와 생활 방식을 빡빡함과 느슨함의 렌즈로 바라보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맹수보다 약한 인간이 생존하고 만물의 영장으로 번영할 수 있었던 건 사회규범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규범을 갖춘 유일한 종(種)이다. 인간과 아주 비슷한 유인원 침팬지만 하더라도 서로 보고 배우는 능력을 갖췄지만 물질적 이득 없는 사회 학습은 하지 않는다. 인간만이 집단의 일원이 되기 위해 사회규범을 지키고 따르는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사회규범은 집단을 하나로 만드는 접착제와 같다. 그 접착제가 얼마나 강력한지에 따라 문화가 달라지고 세계관, 환경, 뇌에 심오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가장 오래된 규범 중 하나는 흔한 인사법인 악수다. 악수는 기원전 9세기 고대 그리스에서 자신이 어떤 무기도 숨기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고안한 동작이다. 요즘 고대처럼 소맷자락에 도끼나 칼을 숨기고 돌아다니는 경우는 없지만 악수는 그대로 남아 있다.

집단의 합동과 단결을 함양하고 유지하기 위한 집단 규범 사례는 도처에 흔하다. 때로는 그 규범을 지키기 위해 극심한 고통을 감내한다. 전 세계 타밀 공동체가 참여하는 힌두교 축제 타이푸삼 참가자들은 전쟁을 관장하는 무루간 신을 향한 헌신을 증명하려고 피부나 혀를 꼬챙이로 뚫는다. 스페인 산페드로만리케의 하지(夏至) 의식 참가자들은 섭씨 648도의 뜨거운 석탄불 길을 맨발로 걷는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사회규범은 시대가 바뀌면서 강도가 수없이 변했지만 빡빡함과 느슨함의 법칙은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스파르타인은 어렸을 때부터 어떤 버릇을 몸에 익혀야 하는지 기준이 명확하게 배운다. 복장, 머리 모양, 행동 양식 등 모든 면에서 통일성을 갖춰야 했다. 이에 비해 아테네는 실컷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기는 느슨하고 관대한 사회였다. 활발한 정치 토론을 벌이면서 새로운 사상과 사상이 격돌하고, 반대 사상을 찬양하는 여유를 보였다.

고대 스파르타와 아테네처럼 현대의 멕시코 나우아족과 캐나다 중앙 북극 이누이트 코퍼 지파도 극단적인 차이를 보인다. 빡빡한 문화와 느슨한 문화의 차이는 인류 사회의 역사를 통해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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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지 않는다. 규범은 인간이라는 종이 성공을 거둔 비법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엄청나게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사회규범의 빡빡함과 느슨함은 양쪽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는 만큼 서로 보완할 때 불행과 낭패를 예측하고 바꿀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저자는 “세계적 변화 앞에 숨이 턱 막히는 시대에 우리는 문화에 재빨리 반응하는 반사작용을 재조정할 채비를 해야 한다. 나는 빡빡한가, 느슨한가라는 단순한 질문을 계속 던지길 바란다”며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20-07-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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