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의 훈장 받아든 이근배 회장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감회”

선친의 훈장 받아든 이근배 회장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감회”

이슬기 기자
입력 2020-11-28 07:00
업데이트 2020-11-28 07: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선친 이선준 선생 건국훈장 애족장 수훈
일제 강점, 분단의 상처 감내한 시인
“우리 문학, 편 가르기 하면 안 돼”

이미지 확대
이근배 시인
이근배 시인
‘너는 사상을 모른다/어머니가 사상가의 아내가 되어서/잠 못 드는 평생인 것을 모른다’

이근배(80)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이 쓴 시 ‘냉이꽃’의 일부다. ‘사상가′의 외아들이었던 이 회장은 최근 아버지 이선준(1911~1966) 선생에게 수여된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아들었다.

27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회장은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감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선친 이선준 선생은 일제 강점기 충남 아산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다. 이 선생은 1933∼1935년 조국 독립을 위해 부친이 한약방을 운영했던 아산군(현 아산시) 신창면 일대에서 주민들에게 민족주의 사상을 전파하고 ‘아산적색농민조합’이란 조직을 만들어 농민운동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체포돼 2차례(1933년 9개월, 1935년 2년) 투옥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아버지를 본 것은 열 살 남짓 무렵이 전부다. 그러나 부친의 남로당 전력 등으로 연좌제라는 이름 하에 이 회장의 가족들은 서글픈 시절을 보내야 했다. 1950년 6·25 전쟁이 터지자 인공기를 찾아들고 집을 나갔던 아버지에 관한 얘기는 ‘깃발’이라는 시에 고스란히 담겼다. ‘아버지는 깃발을 숨기고 사셨다/내가 그 깃발을 처음 본 것은/국민학교 5학년 때였다..운동회날 하늘을 덮던/만국기들 속에는 보지 못했던 그 깃발’(시 ‘깃발’ 일부)
이미지 확대
독립운동가 이선준 선생
독립운동가 이선준 선생 이근배 회장 제공
일제 강점과 분단의 상처를 오롯이 감내해야 했던 이 회장은 현재의 한국문학에도 할 말이 많다. ‘미당 서정주의 제자’라는 이유로 친일 논란을 겪기도 했다는 그는 한국문학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우리 문학사는 편 가르기를 많이 하는데,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 하나뿐 아니라 일제 강점, 분단에 상처 받는 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