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삶 그의 꿈①]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어떻게 자랄까

[그의 삶 그의 꿈①]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어떻게 자랄까

입력 2011-07-17 00:00
업데이트 2011-07-1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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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복지법인 인 클로버(In Clover) 설립자 한용외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만은 않지요.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요. 30년 넘게 기업체에서 일했지만 그건 일터를 위한 외부였어요. 단체를 위해 내 꿈을 절제하는 것. 일종의 희생이라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 종류의 일은 자기 절제가 없으면 안 돼요. ‘열심히’라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사는 게 반드시 정상적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답을 내리기가 곤란해요. 그 말이 조직과 관련이 있느냐 개인과 관련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 조직 속의 개인은 어디까지나 공공의 목적을 위한 과정을 수행하는 게 아니겠어요? 수동적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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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것도 목적이 있어야 보람이 생겨요

대기업에서 CEO로 일했다고들 하는데, 나를 비롯한 어느 누구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못해요. 기업을 위해,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해야 하니까. 함께 먹고 살아야 할 식구가 얼마였겠어요? 책임감은, 다르게 말하자면 절제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아무튼 그런 일에서 벗어나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더군요. 내 인생에서 참 오랜만에 쉴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 거지요. 쉰다는 게 무슨 뜻일까 생각해 보았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이래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적당히 하는 것이다. 하기 싫은 것 안 하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 나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타인을 위해 일하면서도 나만의 순수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 노는 것도 목적이 있어야 보람이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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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1,000가족의 가족사진을 찍는 게 목표

사진 작업도 그런 일의 하나가 될 수 있겠지요. 다문화가정을 찾아 그분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일은 큰 의미는 아니더라도 보람되어서 좋아요. 올해는 1,000가족의 가족사진을 촬영하는 게 목표지요. 다문화가정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해요. 저출산, 고령화의 대안이 다문화가정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일자리 문제와 2세 문제는 머지않아 해결이 난감한 사회 문제로 드러날 겁니다. 시한폭탄과 같아요. 다문화가정의 누적 통계 이혼율이 30%에 이르고,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정체성 문제와 교육 문제는 또 어떻게 해결할 건지. 지역별로 다문화가정의 고아원과 보육원도 있어야 하겠고, 대안학교를 건립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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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이었던가. 삼성사회봉사단장으로 일하던 때였는데, 지방 행사에 갔던 길에 국제결혼을 주선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걸 보았어요. 지자체 단체장 이름으로 내걸린 플래카드를 보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겠구나 싶었지요. 기업체에서 일하던 때부터 가졌던 사회복지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다문화가정 문제로 이어진 겁니다. 그래서 공부도 그쪽으로 했어요. 2010년에 받은 박사 논문의 제목도 <다문화복지 조직 네트워크 특성이 조직효과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였어요. 제목이 좀 거창하지만 내용은 당연한 것들이에요.

사회복지법인 인 클로버(In Clover)를 설립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법인 설립을 위해 개인적으로 10억 원을 출연했는데, 선한 동기가 전제되어 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어요. 돈이 무엇이든지 다 할 수는 없겠지만 필요하기는 한 거니까.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껴안고 갈 것인가를 생각하면 아뜩한 마음이 앞서요. 그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 다 같은 이 나라 국민인데, 그 아이들을 건강한 한국인으로 성장하게 하는 노력은 누가 해야 합니까? 바로 우리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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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순혈주의가 아직도 강해요. 이런 의식이 상존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한국인 아빠와 외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성장기에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건 당연한 일이 아니겠어요? 한글을 모르는 엄마와의 의사소통에서부터 학교에서의 친구 관계, 역사와 전통에서 비롯되는 정체성 문제 등등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겪을 어려움들이 얼마나 많을지. 초중등 과정은 의무교육이니 괜찮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후의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아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다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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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인 클로버도 작은 일부터 실천해 나가려 해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다문화가정에 책 보내기 운동과 다문화가정 생활수기 공모도 합니다. 사회적인 일이라 할 수 있는 이런 계획들을 이루어나가기 위해서는 특정한 어느 일방의 노력보다는 사회적 관심과 국가적 인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기업체들과 정부 기관 등과 협력하려고 해요. 사회적인 관심의 영역 안에서 이 문제가 다루어진다면 반드시 성과를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은퇴 없는 ‘행복한 세상 속으로’

개인적인 소망에 대해 물었나요? 4년 전부터 사진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할수록 재미가 있어요. 앞서 말했지만 다문화가정의 가족사진을 촬영하면서부터는 보람도 느끼고. 아는 분들께 연말이면 내가 찍은 사진으로 캘린더를 만들어 선물해 드렸더니 참 좋아하세요. 그동안은 풍경을 주로 촬영했지만 올해의 캘린더 주제는 꽃으로 정했어요. 매달 한 번씩 포토&컬쳐 클럽회원들과 출사에 나서는 일 말고도 혼자서도 틈틈이 사진기를 메고 길을 떠나고는 합니다. 2008년에 헬기를 타고 독도를 촬영했던 경험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안전벨트에 의지해 사진을 찍었는데,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은 아무리 설명 드려도 그 기분을 모를 겁니다.

참, 경기도 대성리 근방에 땅을 조금 마련해 두었어요. 전원생활 하려고. 오랜 도시 생활에 길들여져 있는 이들이 농가에서 농민을 경험하는 일도 소중하지 않을까 해서. 사람은 흙에서 태어났다고 하잖아요? 거기에다 가족 공방도 하나 마련하려고 해요. 목공예도 배우고, 사진 작업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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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을 위한 일들은 아주 오랜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서 개인적이기보다는 사회적인 일이라 할 수 있어요. 사회복지법인 이름을 ‘인 클로버’라고 지은 이유가 거기에 있지요. 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입니다. 다문화가정 청소년 복지사업의 의미를 담으려 했어요. 풀이하면, ‘행복한 세상 속으로’, 그렇게 되나.

결국 이제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은퇴가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은퇴가 없는 일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겠지요. 그 일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보람도 그만큼 더 클 것이니까요.

건강요?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은 건강하지 않을 수 없어요. 한 가지 일을 계획하면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예지력을 바탕으로 목표가 분명한 삶은 쉽게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내 인생이 내게 준 교훈입니다.

글_ 최준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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