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 각자 색깔 강하면 혼선 우려

서훈,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 각자 색깔 강하면 혼선 우려

서유미 기자
서유미, 박기석, 이주원 기자
입력 2020-07-07 01:20
업데이트 2020-07-07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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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2기 외교안보팀’ 전문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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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지난 3일 남북 대화의 산증인 6명을 모두 모아 ‘올스타팀’으로 2기 외교안보라인을 꾸리면서 이들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이어 가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량감 있는 인물들이 자기 색깔만 드러내다 보면 대북·대미 메시지에 혼선이 생겨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선은 새로운 외교안보 사령탑인 서훈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역할을 명확히 나누는 동시에 남북 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존재감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30년 넘게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한 ‘북한통’이자 미국과 신뢰 관계가 있는 서 실장이 컨트롤타워로서 큰 그림을 그리며 북미 중재를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은 북한이 지난달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았다가 군사행동을 유보하며 잠시 잠잠해진 가운데 북미 대화가 첫 번째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서 실장은 국정원 재임 당시 카운터파트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호흡을 맞췄고 2019년 하노이 노딜 이전 북한의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과도 접촉해 북미를 잘 아는 인물로 평가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서 실장은 안보·통일·외교 최고의결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미중 대립,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해 큰 그림을 그려 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통일외교안보 2기의 팀장은 서 실장”이라며 “외교안보팀이 각자의 개인기를 살리는 동시에 팀워크를 발휘해 시너지 효과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는 북한이 모든 통신선을 단절한 경색 국면에서 통일전선부와의 물밑 접촉을 활성화해 최전선에서 북한을 설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후보자에 대해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물밑 접촉의 도사”라며 “(정부가) 미국의 견제를 뿌리치고 (남북) 합의를 이행하는 데 적극성을 보인다면 남북 관계만큼은 하반기에 조금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2기 외교안보 인사의 시발점이 된 통일부 장관의 역할과 위상 제고도 중요 포인트다. 통일부는 남북 관계 주무부처이나 그동안 NSC에서 국방부나 외교부에 밀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중진이자 86그룹 리더로 정치적 영향력이 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통과한다면 ‘실세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 후보자가 국회와 국내 여론을 향해 남북 관계 중요성을 설득하는 데도 전임 관료·전문가 출신 장관보다 탁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의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우리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서 해야 한다. 노둣돌 하나 확실히 놓겠다”며 남북 대화 재개 의지를 보였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통일부와 외교부는 이해관계가 다르다”며 “통일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남북 관계를 밀고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활동해 온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에 임종석·정의용 외교안보특보가 더해진 3인 특보 간의 역할 분담도 주목된다. 문 특보는 대외적으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알리는 대변인 역할을 이어 가는 반면 전임 국가안보실장인 정 특보는 대외적 메시지보다는 한미 관계에 대해 조언하거나 미국에 청와대의 뜻을 전하는 ‘조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2018년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기여한 임 특보는 남북 민간 교류 분야에서 활동하며 대북 특사를 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20-07-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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