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용의자’ 협박에 돈까지 건낸 한심한 경찰

‘마약 용의자’ 협박에 돈까지 건낸 한심한 경찰

입력 2011-02-23 00:00
업데이트 2011-02-2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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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경찰이 마약을 복용한 혐의로 검거한 뒤 음성 판정으로 풀어준 50대로부터 협박을 받고 금품을 건네며 사건을 무마하려했던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부산 사상경찰서 소속 형사팀은 한 50대 여성으로부터 마약전과가 많은 이모(50)씨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 17일 오후 11시40분께 신모 경사와 최모 경장을 급파해 부산 남구 대연동 노상에서 모 카페에서 나오는 이씨를 임의동행해 차에 태웠다.

 경찰은 이씨를 붙잡은 후 역시 마약판매책인 정모(45)씨가 이씨와 함께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알고 카페에서 나오는 정씨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씨는 갑자기 흉기를 휘두르며 주차된 차량을 훔쳐 타고 도주했고 이 과정에서 운전석에 매달린 채 차량 키를 뽑으려던 최 경장은 정씨가 휘두른 흉기에 왼손을 찔리기도 했다.

 이에 신 경사가 공포탄과 가스총을 발사했으나 정씨는 그대로 차를 몰고 달아났고 그 사이 이씨도 도주해버렸다.

 특히 마약용의자 검거는 위험성이 커 보통 형사 1개팀 전체가 출동하는 것이 형사들 사이에 불문율이나 이날 경찰은 2명의 형사만 잠복시켜 도주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3시간여만인 18일 오전 2시께 형사 5명을 투입,부산 중구 부평동에서 이씨를 검거했으나 소변검사 결과 마약복용 ’음성‘으로 나오면서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

 음성 판정을 받은 이씨는 검거과정에서 다친 상처 치료비 명목으로 수십만원을 달라고 요구했고 경찰은 두차례에 걸쳐 이씨에게 600만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이 이렇자 도주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쏜 가스총에 맞아 한쪽 눈을 다친 것으로 알려진 정씨도 지난 19일 지인을 통해 경찰에 무려 2억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이 마약을 복용했다는 제보를 받고 ’용의자‘를 검거하려는 공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었지만 이씨의 협박에 위축돼 입막음 조건으로 돈을 건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관련 규정상 공무수행 중 정당행위로 발생한 용의자 부상 등에 대해 국가배상청구 등의 방식으로 처리하게 돼 있는데도 경찰은 상부에 보고를 하지 않은 채 협박에 못이겨 돈으로 무마하려함으로써 스스로 공권력을 실추시켰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경찰은 기존 수배건인 마약판매 및 투약혐의로 정씨를 붙잡아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하고 이씨도 뒤늦게 협박.공갈 혐의로 수사할 방침이지만 정기인사 후 의욕 넘쳤던 경찰서 사기는 크게 떨어지고 말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마약 용의자라는 제보를 받고 다치면서까지 열심히 일해놓고도 경찰 전체가 비판받는 상황이어서 씁쓸하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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