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일에 한번꼴로 ‘존속 살인’

5.5일에 한번꼴로 ‘존속 살인’

입력 2011-02-26 00:00
업데이트 2011-02-2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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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교제 반대한다고… 술 먹지 말라 꾸짖는다고…

천륜을 끊는 ‘존속(尊屬)살인’이 늘고 있다. 지난해엔 평균 5.5일에 한번꼴로 발생했다. 부모 자식 간의 ‘사소한 갈등’도 살인으로 연결된다. 전문가들은 정신분열증과 잘못된 가정교육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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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존속살인은 2008년 44건, 2009년 58건, 2010년 66건으로 2년 사이에 50.0% 늘었다. 전체 살인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8년 4.0%, 2009년 4.2%, 지난해 5.3%로 꺾이지 않고 있다. 이는 2009년 기준 미국 2%, 프랑스 2.8%, 영국 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범죄전문가들은 “형법상 규정돼 있지 않는 비속살인까지 포함하면 패륜범죄는 2~3일에 한번꼴로 발생한 것”이라면서 “이 같은 가족살인의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꺾이지 않고 지속 될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과거에는 부모의 재산이나 보험금을 노린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너무 쉽게’ 가족을 해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연애·혼수·이사·취업 문제로 생긴 갈등만으로도 가족을 살해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지난해 12월 충북 보은에서 대학생 임모(19)군은 여자친구와의 교제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조부모를 수십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같은 해 9월 경기 성남에서는 술을 먹지 말라고 꾸짖는다는 이유로 아버지 김모(70)씨를 흉기로 살해한 아들(36)도 있었다. 이와 관련, 정성국 강원지방경찰청 검시관은 ‘정신분열증’이 존속살해와 연관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 검시관은 최근 ‘살인사건 중 존속살해와 정신분열의 연관성 분석’ 논문에서 2008년도 존속살해 피의자 분석결과 과거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경우가 전체의 55.0%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존속살해 건에서 정신분열이 존재할 가능성은 일반 살해 집단보다 약 40배 많다.”고 덧붙였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신분열 범죄자를 분석해 보면 어린시절부터 가정폭력·아동학대 등 잘못된 양육방식으로 자란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학생의 가정사를 개인적인 부분으로 치부해 접근을 쉬쉬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족이 담당했던 인성교육의 역할이 점점 약화되다 보니 가족 간의 오랜 기간 부대끼면서 축적된 갈등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터져나오는 것”이라며 “가정을 건강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존속살인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1-02-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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