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훑고간 4대강을 가다-낙동강

장맛비 훑고간 4대강을 가다-낙동강

입력 2011-07-17 00:00
업데이트 2011-07-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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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면 볼수록 답답하기만 합니다.칠곡을 상징하는 다리였는데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졌으니….”

 남부지방의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찾아온 지난 15일 경북 칠곡군 약목면과 왜관읍을 잇는 낙동강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부근에서 만난 주민 이상민(47)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호국의 다리는 지난달 25일 장마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불어난 강물에 상판과 교각이 붕괴됐다.

 1905년 만들어져 100년 넘게 낙동강을 지켜오면서 아무 일 없었지만 불어난 물에 힘없이 무너졌다.

 칠곡군은 현재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다리의 출입을 통제하고,바로 옆 신 왜관교의 차로를 좁혀 임시 보행로를 만들었다.

 다리 붕괴 원인을 놓고 많은 주민과 시민단체는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을 파내는 바람에 높아진 수압을 이기지 못해 다리가 무너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정부는 “워낙 많은 비가 내렸고 다리가 낡아 붕괴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비슷한 시각 구미시 고아읍 괴평리 구미정수장 앞 낙동강에서는 지난달 30일 불어난 강물로 파손된 상수도관을 보수하느라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바쁘게 움직였다.

 관리를 맡은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날 오전에서야 파손된 상수도관을 새 관으로 교체해 물 공급을 재개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이달 말이나 돼야 보강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고,구미광역상수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취수장과 정수장을 추가로 건설하려면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고 원인에 대해 환경단체는 강바닥을 준설하는 바람에 유속이 빨라져 상수도관 주변이 침식되면서 붕괴됐다는 입장이지만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게 비가 많이 왔기 때문이라며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영남의 낙동강 주변지역은 6월부터 7월까지 이어진 장마 기간에 경북 칠곡의 호국의 다리 붕괴나 구미의 낙동강 상수도관 파손 외에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6월25일에는 상주시 중동면 상주보 건설현장에서 둑 150m가 붕괴됐고,최근 장맛비에 구미 비산취수장 임시 물막이나 낙동강 달성보 하류에 있는 용호천의 콘크리트 호안보호공이 30m가량 무너지기도 했다.

 구미 비산취수장 임시 물막이는 지난 4월에도 붕괴된 적이 있어 경북도가 장마를 앞두고 복구했던 곳인데 이번에 또 무너졌다.

 조만간 낙동강 하류에 있는 칠곡보가 완성되면 철거될 물막이지만 경북도는 이곳에 여러번 공사를 하느라 많은 돈을 퍼부어야 했다.

 이 일대 강 둔치나 강 중간에 있는 섬은 불어난 강물에 곳곳에 침식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낙동강 일대 물막이나 임시 교량 붕괴는 4대강 정비사업으로 강바닥이 준설되면서 유속이 빨라진 데다 사용기간이 한시적이라는 점 때문에 시공이 부실했던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환경단체의 시각이다.

 낙동강지키기시민운동본부 이준경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는 준설이 홍수 피해를 줄였다고 하지만 곳곳에서 하천 직선화로 유속이 빨라 피해가 컸다”며 “왜관철교 붕괴,해평 취수장 가물막이 훼손,강둑 유실 등이 그 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나 경북도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에 따른 준설 효과로 강의 범람이나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도 공원식 정무부지사는 “공사가 완료된 후에는 하상이 안정돼 낙동강은 더 깨끗하고 안전한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낙동강 상류인 경북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한 반면 하류인 경남지역은 비교적 피해가 적었다.

 15일 찾은 경남 창녕군 길곡면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공사현장은 비교적 차분했다.

 지난 9일부터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한때 수위가 10m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강물이 쏟아지면서 함안보 임시물막이 위쪽에 조립된 공도교용 부속자재(강교 박스)가 침수됐지만 별다른 시설피해는 없는 상태였다.

 함안보의 콘크리트 기둥이 당시 관리수위를 넘어섰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희미한 강물의 흔적을 갖고있고,평소보다 많은 수량의 흙탕물이 흐르는 점이 달라 보였다.

 그러나 함안보 주위에 조성된 생태공원에는 여전히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고 준설토가 흘러내려 장마의 흔적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함안보와 1㎞가량 떨어진 함안군 대산면 장암리 장포들녘 일대는 낙동강 본류와 합류되는 남강 둑의 토사가 곳곳에 무너져내려 농경지를 덮어 버린 곳이 많았다.

 장포들녘은 4대강 공사로 낙동강이 준설되고 강폭이 넓어지면 그만큼 수량이 많아지고 유속이 빨라지면서 남강물이 합류되지 못하고 역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곳이다.

 농민 조모(58.여)씨는 “집중호우가 내릴 때 둑의 토사가 무너져내린데다 남강물이 불어나면서 농경지의 배수도랑이 막히면서 남강 쪽으로 흘러야 할 빗물이 농경지 쪽으로 넘쳐 침수된데다 일부는 토사에 파묻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수자원공사측은 “장포들녘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곳”이라며 “이번 장맛비에 함안보와 주변 피해는 특별히 없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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