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소방서 소방관들, 차량 구조하다 물 불어 고립…탈출
차량 3대 물에 빠진 것 발견하고 구조 작업섬진강 넘친 물이 3.5m 높이 소방차도 삼켜
“마음 추스를 새도 없이 구조작업 매진”
지난 8일 오전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전남 구례군 마산면 도로가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 현장 업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소방관들이 시민들을 구조하다가 물이 불어 고립되자 다른 대원들이 출동해 구조하고 있다. 2020.8.9 순천소방서 119산악구조대 제공
순천소방서 119 산악구조대원들은 지난 8일 오전 6시 33분쯤 전남 구례군 토지면 피아골 입구가 침수됐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창우 소방장(38)과 동료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거센 물살이 진입로를 뒤덮은 현장에 출동해 주민과 펜션 투숙객 20여명을 무사히 대피시켰다.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이 소방장과 동료는 오전 7시 30분쯤 마산면 냉천리 도로에서 차량 3대가 물에 빠진 것을 발견했다.
1t 트럭 2대에 있던 3명은 지붕으로 대피해 있었고 승용차에 있던 4명은 시동이 꺼진 차 안에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8.5t급 대형 소방차에 타고 있던 대원들은 즉시 차에서 내려 구조를 시도했다.
8일 오후 1시쯤 전남 구례군을 지나는 국도 17호선 서시1교 부근에서 도로가 붕괴되면서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당국은 이 구간 이용 차량을 전주~순천간 고속도로로 우회 시켰다. 이 곳은 현재 도로관리 당국이 보수작업을 진행 중이다.2020.8.9 구례군 제공·뉴스1
섬진강에서 범람한 물이 순식간에 소방차가 있던 국도까지 삼켜버렸다. 대원들은 사람들에게 소방차에 구비된 구명조끼를 입힌 뒤 소방차 지붕 위로 한 명씩 대피시켰다.
9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비닐하우스가 전날 침수 피해로 주저앉아 있다. 2020.8.9 연합뉴스
불어난 물은 한때 소방차 지붕 높이까지 육박했던 만큼 이 소방장 등이 트럭과 승용차 탑승자들을 즉시 구조하지 못했더라면 그들의 목숨이 위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소방장 등은 지난달 31일 피아골에서 급류에 휩쓸린 피서객을 구조하다 순직한 김국환(28) 소방장과 같은 팀 동료들이다.
9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전날 침수된 비닐하우스 위에 컨테이너가 올려져 있다. 2020.8.9 연합뉴스
그는 “일을 하는 순간에도 김 소방장이 문득 생각나고 그립다”며 “상황이 안정되면 소방서에서 권장한 상담 치료도 고려하겠지만 지금은 국가적 재난 상황이니 모두 구조 임무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트를 타고 이들을 구조한 조세훈(48) 소방위는 “김 소방장과 같은 팀 대원들이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해 안타깝다”며 “우리 모두 주민 피해가 없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구조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