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넘는 코로나… ‘N차 감염’ 현실화

지역 넘는 코로나… ‘N차 감염’ 현실화

김헌주 기자
김헌주, 진선민, 이민영, 강국진 기자
입력 2020-03-11 23:32
업데이트 2020-03-12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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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이어 교회 매개로 한 동대문 PC방 10명 무더기 확진

‘지역감염 전방위 확산’ 방역당국 비상

전도사→접촉자→PC방으로 연결 추정
구로콜센터 최소 99명… 대구센터 26명
출퇴근길·백화점 등서 감염도 배제 못 해
검사 계속 진행 중 확진자 더 늘어날 듯
“사회적 거리두기·증상 땐 즉시 신고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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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출퇴근 거점’ 구로역 방역
‘콜센터 출퇴근 거점’ 구로역 방역 서울 구로구에 있는 콜센터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100명에 육박했다. 서울, 경기, 인천 등에 사는 이 회사 직원 상당수가 사무실과 약 400m 떨어진 구로역을 통해 출퇴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방역요원들이 확진환자가 다녀간 구로역 개찰구를 소독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한 콜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콜센터 직원들의 이동 경로가 넓고 노출 기간도 길어 접촉자들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동대문구에서도 이문동 동안교회에서 휘경동 PC방으로 이어지는 확진환자 10명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접촉자들이 또 다른 감염원이 되는 이른바 ‘N차 감염’이 파도타기처럼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뿐 아니라 증상이 있다면 즉시 신고를 통해 스스로 ‘불씨 차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서울시와 각 자치구 등에 따르면 구로콜센터 관련 확진환자는 모두 99명이다. ▲서울 70명 ▲경기 14명 ▲인천 15명 등이다. 전날보다 확진환자가 늘어난 것은 콜센터 직원을 포함해 가족 등 접촉자가 15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검사가 계속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확진환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도 콜센터 관련 확진환자 26명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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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콜센터 직원 중 신천지 교인은 5명으로 파악됐다. 이들 모두 음성으로 나왔지만 정부는 콜센터에 신도가 더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불똥이 튄 곳에서 또 다른 불로 이어지지 않도록 확산 방지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는 교회와 PC방을 둘러싼 집단감염 의심 사례가 발생했다. 가장 먼저 동안교회 전도사가 지난 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전도사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는 5명의 확진자 중 27세 남성은 지난 1일 휘경동의 PC방을 방문했다. 이 환자와 PC방에서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는 확진자는 4명이다. 특히 휘경2동 거주 20대 형제는 지난달 27일, 28일, 이달 1일, 2일 등 여러차례 PC방을 찾았다. 이들의 동선이나 정황을 볼 때 동안교회 전도사를 중심으로 5명이 확진되고, 이 전도사의 접촉자가 PC방을 방문해 4명이 추가되는 등 집단감염 양상을 띠고 있다. PC방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콜센터와 유사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 비말 전파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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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그동안 은평성모병원(15명), 성동구 주상복합아파트(13명) 등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성동구 주상복합아파트에서는 70대 남성 입주민에서 시작된 감염이 부인→관리사무소장→관리사무소 직원→직원 가족→직원 가족의 직장 동료로 이어지는 ‘6차 감염’으로 확산하면서 긴장 수위가 높아졌지만 지난 4일 이후 추가 확진환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은 이전의 소규모 집단감염과는 결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규모, 범위도 그렇고 발생 상황 자체가 ‘신천지 대구교회발 유행’과 유사한 양상”이라면서 “지하철 1·2호선 출퇴근길에 노출됐던 것을 감안하면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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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 막아라” 긴급 방역
“확산 막아라” 긴급 방역 경기도가 11일 오후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경기도청 콜센터 사무실을 소독하고 있다. 경기도는 도내 콜센터 긴급 점검과 방역을 실시했다.
수원·서울 연합뉴스
경기, 인천과 서울을 잇는 ‘교통 요지’ 구로에 콜센터가 위치해 있다 보니 확진환자들의 거주지 분포도 다양하다. 이들은 주로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통해 출퇴근을 하면서 불특정 다수와 접촉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방역 당국은 콜센터 직원 확진환자의 의심 증상이 지난 4일부터 시작됐다고 파악했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은 지난달 28일 즈음부터 인후통 등의 증상이 나타났지만 사무실로 출근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콜센터 내 첫 확진환자가 8일 나왔다는 점에서 노출 기간이 열흘 정도로 길다는 뜻이다.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콜센터 직원 A(40)씨는 지난 6일까지 콜센터에서 근무한 뒤 7일 제주를 여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제주도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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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 막아라” 열화상카메라 검사
“확산 막아라” 열화상카메라 검사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라이나생명 시그나타워 10층 텔레마케팅(TM) 영업센터에서 직원들이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출입구를 오가고 있다. 라이나생명은 텔레마케터 A씨가 지난 8일 확진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날 해당 층을 임시 폐쇄했다. 영업센터엔 A씨를 포함해 63명이 근무했다.
연합뉴스
현재까지는 구로 콜센터 감염 확산이 ‘직원→가족’, ‘직원→지인’, ‘직원→식당 옆자리에 앉은 남성’ 등 2차 감염 형태에서 멈춰 서 있지만 3차 감염 이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출퇴근길, 백화점, 대중사우나 등에서 만난 접촉자들이 각자 새로운 감염원으로 활성화하면서 추가 감염 집단을 만들어 낼 수 있다. 5차 감염 사례가 보고된 천안보다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의 특성을 감안하면 N차 감염도 현실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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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접촉자들과 콜센터 직원들 간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면 시작점이 콜센터인지를 규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감염원을 특정할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으로 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80.1%는 감염원이 확인됐지만 나머지 19.9%는 감염원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콜센터 확진환자와 같은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는 등 동선이 겹치고 호흡기 증상뿐 아니라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는 등 소화기 증상이 있다면 경각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추가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20-03-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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