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브런치] 코로나19 백신개발 ‘속도’ ‘안전성’, 뭐가 중요할까

[사이언스 브런치] 코로나19 백신개발 ‘속도’ ‘안전성’, 뭐가 중요할까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0-03-20 18:00
업데이트 2020-03-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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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바이러스 정보 충분치 않아 백신의 면역력, 효과 등 여전히 불확실

코로나19 백신 언제 나올까
코로나19 백신 언제 나올까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백신 개발 시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미국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임상1상 시험이 돌입했다. 그렇지만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속도와 안전성 어디에 무게중심을 둘지 논란이 있다.

네이처 제공
코로나19가 발원지인 중국을 넘어 전 세계 161개국에서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본토 이외에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 미국에서 확진환자와 사망자수가 급증하고 있다. 단시간에 잡힐 것 같지 않아 보이지는 않지만 과학자들은 코로나19를 인류에 대한 또다른 거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이를 정복하기 위해 신속하게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돌입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와 생명공학기업 모데나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의 실험용 백신에 대한 1상 임상시험이 최초로 시행됐다. 다른 코로나19 백신들도 임상시험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인간 면역체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어떻게 퇴치하고 면역반응을 안전하게 유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이 ?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빠른 출시’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속도만을 강조하다가 뒤늦게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신중론자들은 코로나19가 독감처럼 계절성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추후에 사용될 수 있도록 안전성을 확보한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는 백신 개발에 있어서 중요한 핵심 질문 몇 가지를 제시했다.
코로나19 확산 막기 위해서는 대규모 조사가 우선돼야
코로나19 확산 막기 위해서는 대규모 조사가 우선돼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한국과 같은 대규모 조사가 필요하다. 치료제나 백신 개발도 시급한 문제다. 사진은 한국에서 코로나19 검진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네이처 제공
●백신이 면역력을 만들어주나

일반적으로 백신은 사람이 병원균에 노출되기 전 감염에 대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도록 돕는다. 일반 감기를 유발하는 다른 4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많은 연구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들은 영구적 면역력은 아니지만 일정 기간 동안은 재감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가정을 뒷받침하는 명확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은 상태이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마이클 다이아몬드 교수(바이러스 면역학)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사전논문공개사이트에 공개된 중국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히말라야원숭이에게 4주 내에 코로나19를 재노출시키는 실험을 한 결과 다시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연구를 바탕으로 다이아몬드 교수는 사람들 역시 원숭이와 같은 면역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간이 면역력을 갖는다면 얼마나 오래갈까

면역력을 갖는다고 전제할 때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것도 과학자들의 중요한 관심사이다. 일반 감기를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은 매우 짧다. 이 때문에 스탠리 펄먼 아이오와대 교수(코로나바이러스학)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높은 수준의 항체를 가진 사람들도 감기에 잇따라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 되고 있다”라며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능력도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펄먼 교수팀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발한 또 다른 치명적 감염병인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면역력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메르스에서 회복된 사람들의 경우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형성 능력이 급격히 떨어졌는데 사스의 경우는 15년이 지난 이후에도 항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가 면역반응이 코로나바이러스 재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지 충분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코로나19 바이러스 현재 개발되고 있는 백신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사용되고 있는 스파이크단백질에 대한 방어를 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면역T세포를 자극하거나 바이러스를 파괴할 수 있는 백신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네이처/NIH 제공
●백신 개발자들이 찾아야할 면역반응과 백신의 효과는?

백신 개발을 이끌고 있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백신연구센터 바니 그레이엄 부국장은 “평소와 같으면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이 단계적으로 개발되겠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는 여러 백신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라며 “연구자들이 속도와 안전성 모두를 잡기 위해 더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초에 시작된 백신 1상 임상시험은 실험 백신이 만들어 내는 면역반응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백신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바이오기업인 모더나와 미국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가 공동으로 개발해 임상에 돌입한 실험백신은 mRNA를 이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세포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단백질을 인식하고 차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다른 미국 바이오기업인 이노비오 파마슈티컬이 개발한 백신도 현재 생쥐, 기니피그, 원숭이로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며 4월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1상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첫 단추는 끼웠다고 할 수 있겠지만 스파이크단백질에 대한 항체반응을 유도하는 것이 과연 성공할 수 있는가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성공적인 백신이 되기 위해서는 감염된 세포를 인식하고 죽일 수 있는 면역T세포를 자극하거나 바이러스를 파괴시키거나 차단할 수 있는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신 개발에서 속도만큼 안전성도 중요
백신 개발에서 속도만큼 안전성도 중요 최근 팬데믹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있어서 속도가 중요하지만 백신의 안전성도 소홀할 수 없다. 코로나19를 막았지만 다른 질병에 대한 면역기능이 약화되는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험동물로 쓰이는 히말라야 원숭이의 모습.

네이처 제공
●새로 개발된 백신은 안전할까

건강한 사람에게 접종되는 예방백신은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투여되는 치료제보다 안전성이 높다. 다른 백신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백신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심각한 증상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2004년 사스 백신 개발 실험에서 실험백신을 접종 받은 흰족제비는 사스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급격한 염증반응을 보여 개발이 중단된 사례가 있었다.

베일러의대 피터 호테츠 교수(백신학)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백신의 신속개발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거치지 않는 경우 예상치 못한, 더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과학자들의 지적에 대해 그레이엄 부국장은 “백신 개발이 시급하기는 하지만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라며 “이번 1상 임상시험도 곧바로 사용할 백신 개발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면역반응에 대한 데이터 확보를 통해 늦어도 이번 겨울에는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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