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소통창구 단일화 ‘삐걱’
전공의 대표“회견 합의한 적 없어”
의협 회장 당선인도 “상의 없었다”
12일 합동기자회견 개최 불투명
대통령실, 의대수업 정상화 추진
“증원 변경 불가능 아냐” 여지도
대화 무산 땐 면허정지 재개 태세
강의 재개됐지만…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들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이 무더기 유급될 상황에 놓이자 경북대 의과대학은 8일 수업을 재개했지만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전남대·조선대·부산대·차의과학대·가톨릭관동대·계명대·건양대 등은 오는 15일 수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대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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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의협, 의대 교수 등 의사 집단행동 당사자들이 꾸린 ‘공동대응 전선’이 시작도 하기 전에 내분으로 삐걱대고 있다. 변수의 등장으로 당장 12일로 예정된 합동 기자회견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의료계가 정부와의 소통 창구를 단일화할 경우 의정 갈등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재로선 모든 게 안갯속이다. 그나마 ‘대화파’에 가까운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을 제치고 ‘강경파’인 임 당선인이 대정부 투쟁을 총괄하는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임 당선인은 이날 의협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비대위 운영 과정에서 당선인 뜻과 배치되는 의사 결정과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졌고, 극심한 혼선이 발생했다”면서 “비대위원장을 맡으려 하니 신속히 협조해 달라”고 했다. 그는 서울신문에 “의협 비대위가 나와 상의도 없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대통령과의 대화 자리에 보냈고, 독단적으로 ‘1년 유예안’을 정부에 제안했으며 합동 기자회견도 상의하지 않았다”며 “황당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을 준비하던 의협 비대위와 의대 교수들은 난처한 기색이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박 비대위원장과 같이 얘기했다. 다만 그 자리에서 확답한 것은 아니었다”며 “브리핑 형식, 내용 등은 아직 결정이 안 됐으니 (합동브리핑에 합의한 적 없다는 박 비대위원장 발언은) 그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내분을 수습하고 구체적인 증원 숫자 등 전향적인 안을 내놓는다면 대화가 본격화할 수 있지만 ‘1년 유예안’이나 ‘원점 재검토’를 들고 나온다면 공회전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전날 의협 비대위에서 나온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으며 앞으로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차라리 의대 증원 규모를 줄여 달라고 하면 그건 논의해 볼 수 있다. 하지만 1년을 유예하면 내년에 똑같은 갈등이 또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계 일부의 의대증원 축소 요구에 대해 “신입생 모집 요강이 최종적으로 정해지기 전까지는 물리적 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여지를 뒀지만, 의료계가 실제로 협상 가능한 의대 증원 ‘숫자’를 들고 나올 가능성은 작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위원장은 “현재까지 통일된 안은 의대 정원 재논의 및 인력 추계를 위한 위원회 구성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화 불씨가 꺼졌다고 판단되면 정부는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재개하며 강공 모드로 돌아설 태세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기면 동력이 생기고, 지더라도 이미 총선이 끝났기 때문에 물러설 이유가 없다. 다만 의대 증원이 오는 5월 말 ‘2025학년도 대입전형 수시모집 요강’에 최종 반영되기 전까진 대화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통령실은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으로 차질을 빚던 의대 수업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부로 수업을 운영하는 의대가 14개교로 늘어나 전체 의대의 35%가 수업을 진행하게 됐고, 다음주인 15일부터는 17개 정도 대학이 추가로 수업을 정상화할 계획을 갖고 전력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4-04-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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